치안총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수사에서 비켜나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찰국 신설’에 반기를 들었던 류삼영 총경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해 관철시켰고,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엄단을 ‘국민체감약속 3호’로 내놨습니다.
◇ 생존자가 목숨 끊어도 ‘2차 가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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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은 참사에서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친한 친구 두 명을 잃었습니다. 이후 가정과 병원, 학교에서 돌봤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린 걸로 전해집니다. 특히 A군을 괴롭힌 건 ‘2차 가해’로 짐작됩니다. A군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는 등 자기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고 했습니다. 또 “비행을 하려고 거기 간 게 아니다.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컸는데,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A군의 죽음 후에도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A군의 사망을 알리는 기사에조차 참사의 희생자, 유족을 모욕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럼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이런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A군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유족과 시민대책회의가 지난 14일 이태원역 인근에 희생자 영정·위패와 함께 시민분향소를 차리자,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이태원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훼방을 놓기도 했습니다.
◇“류삼영, 중징계 해달라”…행안장관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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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류삼영 총경에 대한 중징계 요청과 관철입니다.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지난 13일 류 총경에 정직 3개월 징계를 통보했습니다. 지난달 7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하고, 윤 청장의 해산 지시에 불복해서 직무명령을 위반했단 게 주요 이유입니다.
중앙징계위의 결정은 윤 청장의 뜻과 일치합니다.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는 지난 9월 류 총경에 경징계 수준의 권고를 내렸지만, 윤 청장은 지난 8일 중징계를 내려줄 것을 중앙징계위에 요구했습니다. 윤 청장은 이에 대해 “14만명의 경찰 조직 수장으로서 대내외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며 “조직에 대해 역사적 평가까지 염두에 두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반발했습니다. 류 총경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윗선’ 입김을 의심했습니다. 류 총경은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하고, 구제받지 못하면 법원에 징계결정 취소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尹 언급 직후…경찰청장 “건설노조 불법 근절”
한편 윤 청장은 최근 화물연대 총파업에 ‘법과 원칙’을 앞세워 강경대응한 데 이어 이번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정조준할 태세입니다.
윤 청장은 16일 전국 시·도청장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국민체감약속 3호’로 건설현장에서의 불법행위 근절을 내놨습니다. 그는 집단적 위력에 의한 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특정 집단의 채용 혹은 기계 사용을 강요하는 행위, 공사 방해와 노동자 폭력행위 등엔 적극 현장조치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가해자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조치할 방침입니다.
거슬러 가면 화물연대의 파업,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이어지던 지난 4일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고, 건설사들에 돈을 요구하거나 불법 채용을 강요하는 등 불법과 폭력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며 “조직적으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흘 뒤 경찰청은 내년 6월25일까지 200일간을 건설현장에서의 갈취·폭력 등 조직적인 불법행위 적발 특별 단속기간으로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