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사고 피해·치유 위한 새로운 판 짜야”

이지현 기자I 2022.11.01 06:00:00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터뷰
성숙한 시민문화 놀라워…일정 시간 후 일상 회복 노력 必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재난 때마다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대외협력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사고 이후 정부의 대응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 당시 수많은 이들이 가족이나 친구를 잃고 슬픔과 비통함에 빠졌다. 하지만 당시 빠른 사고수습과 흔적지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피해자와 유족, 국민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개인이 알아서 해야할 문제로 치부됐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부터다. ‘물리적 파괴는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만, 심리적 손상은 평생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참사 한 달만에 경기-안산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이 출범했고 현재 ‘안산온마음센터’로 8년째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정신의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간호학계 전문가들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를 출범시키고 재난적 상황에서 국민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들과 긴급 성명을 내고 누군가를 탓하려는 태도 지양과 무분별한 관련 영상·사진 유포 ‘N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후 숨지거나 다친 이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나 관련 여상 유포는 주춤해진 상태다. 홍나래 교수는 “서로 자정, 조절해나가는 부분이 늘며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댓글이 늘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에 놀라워했다.

국가시스템도 달라졌다. 유족 및 사고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충격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사고수습 대책과 함께 빠르게 내놨다. 다만 조금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봤다. 미국은 총기사고 등과 같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당사자의 위기상황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위기극복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지 점검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재난 충격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힘든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시스템도) 유족이나 피해자들이 시기에 맞게 잘 이겨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별로 상황이 다 다르듯이 언제 어떻게 도와줄지, 개개인이 무엇을 필요로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를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국가 애도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해야 한다.

홍 교수는 “서로 다독이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이후엔 가능한 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음속으로 애도하더라도 일상을 어디까지나 미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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