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시 '안심소득' 실험을 응원하는 이유

김기덕 기자I 2022.05.27 06:30:00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 모두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는 사회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지난 4월 22일 창신동의 허름한 저택에서 50대 아들과 80대 노모가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모친의 기초 연금 외에는 수입이 전혀 없던 모자(母子) 가구는 공시지가 1억7000만 원의 자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집도 없이 낡은 승용차에서 생활을 하며 수급 자격 인정을 기다리던 중년 남성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1999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국민의 최저생계 보장’을 목표로 삼았으나 생계난에 놓인 모두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기초생활수급자의 고독사 등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고민을 넘어 제대로 된 복지 개편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과 자본에서 우위를 점하는 소수의 사람 혹은 기업이 현시대의 총아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시대. 그 화려함 뒤 일자리 시장의 분화·축소로 인해 극심한 소득 상실 및 생계 위기에 놓일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저소득 121만 가구 중 72.8%인 88만 가구는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공적 부조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복지급여가 있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원기준과 소득 보장수준을 대폭 확대한 새로운 복지모델, ‘안심소득’을 출범시켰다. 서울시가 오는 7월부터 추진하는 안심소득은 기준중위소득 80% 이하 총 800가구를 대상으로 일정 비율(기준중위소득 85%와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복지급여들은 최저생계 유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더욱이 일정 이상의 소득 발생 시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 대상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등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올 동력을 부여하지 못했다. 안심소득은 저소득 취약계층을 ‘어려울수록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 형 지원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할수록 안심소득은 일정 정도 감소하지만, 가구의 총소득은 증가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근로의욕 고취와 함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3년간의 복지급여 지원과 2년간의 효과 연구 후 기존 복지 보다 더욱 뛰어난 효용성을 입증받아 본 사업으로 확대된다면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심소득은 아직 시범사업 단계에 있고 본 사업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이에 서울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비대면 복지도움 요청 서비스’를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 서비스는 신청이 간편하고 본인이나 가족 외에 이웃주민 등도 신청할 수 있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비대면 복지도움 요청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통해 QR코드만 비추면 서울복지포털을 통해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이웃을 발견한 시민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도 이용 시민의 어려움을 목격했을 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인권·생명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는 없다. 노동·경제 시장에서의 일시적 도태가 삶이라는 레이스에서 영원한 탈락이 돼서는 안 된다. 복지 패러다임 변혁을 통해 시민 모두의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서울시의 움직임이 부디 좋은 결과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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