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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여야의 검찰개혁 야합

송길호 기자I 2022.04.25 06:15:00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검수완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여기서, 문제가 해결됐다거나 갈등이 수습됐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는, 이번 합의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의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상황’이 여야 합의를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란 이렇다.

먼저 민주당을 보면, 이른바 ‘위장 탈당’으로 인해 자신들의 향한 여론이 매우 악화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재안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박 의장이 사보임이라는 꼼수를 통해 법사위에 배정했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은 법사위 소속 자당 의원 중 한 명을 무소속으로 만들어 안건조정위의 야당 몫에 위장 투입하려 했는데, 이런 꼼수는 여론의 분노를 불러왔다. 민주당의 이런 행위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력화해 민주주의를 망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런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과거에도 민주당은 법은 지키는데, 법의 취지와 가치는 망가뜨리는 신묘한 경지를 보여준 바 있다. 임대차 3법이나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도, 민주당은 법은 지켰다. 하지만, 소수 의견을 반영한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 원칙이자 가치는 철저히 무시했다.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수단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을 벌이려 했다. 법은 지키지만, 안건조정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해야 하는 취지는 완전히 망가트리려 했다는 것이다. 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법의 취지와 정신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한데, 민주당은 지금까지 법 준수라는 명분을 들어 법의 취지와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교묘함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좋을 리 없고, 그렇기 때문에 박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민의힘이 해당 중재안을 받은 이유 역시, 현재의 상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시간이라도 벌자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이 9월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이 기간까지 뭔가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또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는 시점은 중수청이 설립되면서부터이기 때문에, 사개특위가 구성된 이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번 중재안에 합의한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을 번다’라는 ‘전략’이 명분을 능가할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국민의힘의 이번 합의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인 행위는, 자신들이 주장해 왔던 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이 ‘범인 대박’이라는 주장을 펴왔고,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이유는, 현 정권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을 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수완박과 큰 틀에서는 별반 다를 바 없는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본인들의 주장과 명분을 부정함과 동시에, 검수완박이 자신들의 이익에도 상충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선거법 관련 수사와 공직자 관련 수사를 검찰이 할 수 없게 한 현재의 중재안은 정치인들과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국민의힘 자신들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봉쇄하기 위해 야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떠나는 권력은, 자신들의 퇴장 이후를 안전하게 만들고, 등장하는 권력도 수사에 대한 두려움없이 권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에서 비롯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투쟁하기는커녕, 민주당과 일종의 ‘이익 연대’를 만든 것이다. 이런 점들을 우리 국민들이 모를 리 없기 때문에, 이제라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혀야 한다. 윤 당선인 본인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말한 바 있기에 더욱 그렇다.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더 이상 형사법체계가 망가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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