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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빗장 푸는 은행…나에게 맞는 대출전략은

김정현 기자I 2022.03.29 07:00:00

은행권 "전세대출→주담대→신용대출 순이 유리"
전세대출 조건 완화 이어 신용대출 한도 속속 확대
주택마련 준비하려면 전세대출부터 알아봐야
DSR 고려시 주담대→신용대출이 유리
LTV 완화에도 문제는 DSR, 미리 전략짜야

[이데일리 김정현 노희준 기자] 오는 6월말 전세 만기를 앞둔 30대 직장인 A씨는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최대한 보증금 대출을 받아둘 생각이다. 2년 전 전세계약 당시 A씨는 1억원의 여유자금이 있어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2억원 중 1억원만 은행에서 빌렸다. 전세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서 그는 수중에 자금을 최대한 모아두려는 계획을 세웠다. 주택가격이 다시 꿈틀거린다는 이야기에 이번에는 주택매수 기회를 잡고 싶어서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자율관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돈을 빌리고 싶어도 각종 조건 때문에 돈을 빌리지 못했던 사람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금융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대출상품에 대한 규제가 동시에 완화되는 모양새”라며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에도 순서를 잘 따져야 이자 부담을 줄이고 대출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DSR 고려시 전세대출→주담대→신용대출 유리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전세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의 순서로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때문이다.

전세대출자금은 실수요로 분류해 DSR 산정에서 제외한다. 이 때문에 자금의 여유가 있더라도 전세자금을 최대한 받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3월 25일 기준)은 131조1951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말(130조9411억원)보다 2540억원(0.19%)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35조8575억원에서 133조8808억원으로 1조9000억원 넘게 급감한 반면 전세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차주별 DSR을 적용해 대출자금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를 적용받는다”며 “웬만한 주택이라도 구입 하려는 차주는 대부분 DSR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세대출은 전세계약 신규체결이나 갱신시점에 맞춰 일정 기간동안 에만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약기간 동안 주택매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는 차주들은 최대한도로 전세대출을 실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빌릴 수 있는 시기가 특정돼서 곧바로 대출잔액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계약일이 도래했을 때 최대한 대출을 받아놓는 것이 자금융통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순위로 고려할 상품은 주택담보대출이다.

DSR을 차지하는 비중이 신용대출보다 월등히 많아서다.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을 실제 갚아나갈 경우 원금을 최장 30년으로 나눈 수치가 DSR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주담대로 6억원을 빌린다면 DSR은 원금 6억원의 30분의 1(2000만원)과 연간 이자의 합으로 계산된다. 일괄적으로 5년 균등상환을 전제하는 신용대출보다 자금 확보 면에서 유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일부 퍼지면서, 향후 대출을 대거 일으켜야 하는 차주는 전세자금을 한도까지 대출하는 것이 유리해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신용대출 DSR 산정서 불리…한도도 연소득 이내서만 가능

신용대출의 경우 DSR 산정에서 가장 불리하다.

만기에 원금을 일시상환하는 대출이라도 5년 균등상환을 전제로 DSR을 산정해서다. 가령 1억원을 신용대출로 빌렸다면 원금의 5분의 1인 2000만원과 해당 이자가 DSR에 포함된다.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이미 40%를 넘기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신용대출이 급감하는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까지 신용대출 한도관리 강화를 위해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시행 중이어서다. 은행의 한도가 상향조정되더라도 차주의 연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100% 이내로 축소했다. 통상 은행권에서 직장인 신용대출은 연소득 200%까지 대출이 나오는 상품이 많았다.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300%까지 한도가 있는 상품도 있었다.

차기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시사했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원칙이 ‘상환능력 위주의 여신심사’라는 점도 신용대출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2022년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열고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올해 은행 감독·검사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은행권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체계 마련을 유도키로 했다. 그러면서도 상환능력 위주 여신심사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은 재확인했다. 윤석열 정부가 DSR 규제조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 없어 당분간은 상환능력(연소득 등)이 대출 가능여부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상반기까지 규제를 유지하고 추가 연장여부는 이후에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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