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247,077표 차이로 선거에서 신승한 윤석열 후보가 서울에서 거둔 차이는 31만 표가 넘는다. 만약에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와 거의 비슷한 득표를 했다면 당선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지도 모들 일이다. 그만큼 서울 지역 결과는 윤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요충지였다. 전통적으로 서울은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87년 제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서울 득표는 김대중 후보가 더 많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지만 서울 득표는 박근혜 당선자보다 더 많았다. 그런 서울의 선거 민심이 뒤바뀐 기점은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였다. 같은 해 3월에 불거진 ‘LH사태’로 인해 청년 세대를 포함한 서울 민심은 돌변했다. 이번 대선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심판과 평가가 뒤따른 선거였다. 결국 자칫 패배할 가능성도 있었던 윤 당선인을 살려낸 서울 민심은 부동산이었다.
서울의 선거 민심이 부동산으로 읽혀지는 일번지는 ‘강남 3구 지역’이다. 먼저 강남구에서 윤 당선인은 67.01%라는 몰표를 받아냈다. 강남구는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까지 배출했고 현직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부동산 민심에 강남구는 윤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서초구 역시 윤 당선인이 65.13%로 압도적인 표를 얻어냈다. 같은 지역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서초구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송파구는 2000년대 들어 민주당이 정치적 교두보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지난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연속적으로 당선된 곳일 정도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은 윤 당선인이 거의 60%에 가까운 득표를 받아내며 부동산 이슈가 지배한 선거가 되었다.
젊음 세대가 대출을 얻어서라도 집을 마련한다는 이른바 ‘한강 주변 표심의 반란’은 더 극적인 변화였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한강 주변 구청장은 서초구를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를 했었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도 용산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을 서울에서 살린 지역은 한강 주변이었다. 양천, 영등포, 동작, 마포, 용산, 성동, 광진, 강동 등 한강 주변의 모든 지역이 윤 당선인에게 더 많은 투표를 한 결과로 나타났다. 선거를 조직의 게임이라고 하는데 정작 수많은 서울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부동산 민심의 분노를 당해내지 못한 결과다. 결국 초보 정치인이라 서울에서 평가받을 만한 업적이 없는 윤 당선인을 구한 건 어디까지나 부동산 민심이었다.
경기도가 텃밭인 이재명 후보는 경기 과천에서 윤 당선인보다 못한 득표를 했다. 과천 지역도 알고 보면 아파트 재개발을 비롯해 지역 개발과 부동산 민심에 따라 표심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민심으로 참패를 당한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가 1년 여 지나가고 있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가 연관된 성남시 도시 개발 의혹 이슈까지 선거판에 부각되면서 정권 재창출은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부동산 민심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윤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그리고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를 포함해 부동산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을 강조했다. ‘대량 공급’까지 내걸었다. 윤 당선인의 선거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서울 민심을 생각해서라도 부동산 정책 약속은 잘 챙겨야 한다. 윤석열 당선에 일등 공신인 서울 민심은 부동산이었고 앞으로도 선거 판세의 중심은 부동산이라는 점을 현재의 여당과 앞으로의 여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