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은정(44)씨는 매일 ‘안고독한1인가구방’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서 아침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은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스테이지(STAY.G)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채팅방이다. “당신의 오늘을 응원한다”는 내용의 방장 메시지가 뜨면 회원들은 모두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응원 메시지를 남긴다. 며칠 전에는 스테이지 스마트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나눔한다는 메시지가 올라와 상추를 받기도 했다. 김 씨는 나에게 꽃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정리수납 컨설팅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아직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대면 프로그램이 많지 않지만, 카톡으로라도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들이 있어 안도감을 느낀다.
김 씨는 “1인 가구하면 노인층, 경제적 소외계층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면서 “내가 낸 세금으로 이제야 보호받는구나 싶어서 그간 서운했던 감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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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는 이제 흔한 가구 유형이 됐다. 지난해 1인 가구는 614만8000가구. 전체의 30.2%를 차지해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 수(29.6%)를 앞질렀다.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서울에 사는 3개 집 가운데 1개 집은 나홀로 사는 1인 가구다. 2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혼밥족’과 ‘혼술족’ 등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에서 보듯 1인 가구가 늘면서 생활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가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대응해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구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노인, 중장년, 경제적 취약계층을 넘어 이젠 연령, 소득 기준 문턱을 없앤 보편적 복지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21일 서울시 각 자치구에 따르면 서초구는 지난 4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싱글데이를 분기마다 권역별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7월에는 방배권역에서 싱글데이를 개최해 다양한 연령대의 1인 가구 정책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사회관계망 형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초구는 1인 가구를 위한 간병돌봄 ‘서리풀 건강119’ 이용 대상 연령도 올해부터 65세 미만으로 낮췄다. 혼자사는 1인 가구로 증명되면 만 19세부터 중위 소득 150% 이하는 무료, 150% 이상은 시간당 본인 부담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서리풀 건강119 지원대상에 연령대 상한선을 둔 것은 그간 돌봄사각 지대에 놓여 있던 청년과 중장년층 지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기존 어르신 돌봄 프로그램에서 간병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고, 서리풀 건강119 서비스에서는 다양한 소득·연령대를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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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는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스테이지를 통해 복지·문화적 수요에 대응하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인 가구의 건강을 위한 홈트, 요가, 스트레칭 수업은 물론 소셜다이닝(밥상모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수업은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내달부터는 집으로 밀키트를 보내 함께 라이브로 집밥을 만들어 먹는 ‘라이브 소셜다이닝’과 현장 수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성동구는 지난 5월 1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1인 가구 지원 정책추진단’(TF, 이하 추진단)’을 발족했다.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에서 1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맞춤형 정책 연구와 개발에 나선 것이다. 추진단은 첫 사업으로 청년맞춤형 종합지원센터인 성동오랑과 협업해 1인 가구 객석 나눔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공공에서 주최하는 공연이 있을 때 10% 정도 1인가구를 위한 자리를 마련, 우선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재욱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장은 “기존 1인 가구 지원책이 동주민센터와 사회복지시설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소득이나 연령 제한이 있었으나 지금은 고소득자부터 취업준비생까지 소득과 연령, 직종 등이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나홀로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건 시대적 흐름인 만큼 이들 가구가 행복해야 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정챙 방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