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일부가 마스크를 쓰고 예년에 비해 약간 참가 규모가 줄긴 했지만 전시회는 순탄하게 끝났다. 하지만 전시장 측이 참관객에게 무료로 나눠준 25ml 손세정제가 몇 개월간 슈퍼에서 구하기 어려운 귀중한 물건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WHO가 코로나 판데믹을 선언한 3월 들어 대중교통 운행이 거의 중단되면서 그동안 무심코 보았던 자전거를 좀 더 눈여겨보게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네덜란드가 창의적인 나라가 되는데 자전거가 한몫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를 타면서 매일 맑은 공기를 마시고 건강도 유지한다. 숱하게 많은 운하를 가로질러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신선한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을까.
네덜란드는 자전거 천국이다. 인구(1700만명)보다 자전거(2290만대)가 많은 유일한 국가라고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잘 갖춰져 있다. 1996년에는 자전거 도로가 1만8000km였던 것이 지금은 3만5000km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네덜란드 전체 도로 길이가 14만km라 하는데 25%가 자전거 길인 셈이다.
|
코로나19로 여러 나라에서 자전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중교통 운행이 어려워지자 브뤼셀, 파리, 밀라노가 자전거 도로 확충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일상이 자전거라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1890년대에 이미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고, 도시를 설계할 땐 운하와 자전거 도로망을 포함한다. 자전거 주차장도 기차, 버스 정거장, 쇼핑마트, 건물마다 없는 데가 없다.
자전거는 언제부터 이렇게 네덜란드 일상 문화가 되었을까. 사실 네덜란드는 영국·미국에서 1880년대 자전거 붐이 있고 난 이후 1890년대부터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11년엔 유럽에서 1인당 자전거 보유대수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다. 100년 전인 1920년대 전 세계 자동차의 80%를 보유했던 미국이 3명당 1명이 자동차를 가졌다면 네덜란드는 거꾸로 3명당 1명이 자전거를 탔을 정도이다.
|
이 RAI가 Ferdinand Bolstraat 거리에 임시 전시회 건물을 지었고(올드 라이, Old RAI), 1961년 2월 2일 지금의 위치인 Europeplein 광장에 제대로 된 전시장을 오픈했다. 총 면적 11만2000㎢에 연간 750회 국제전시회를 개최하는 RAI 전시장은 200만 명이 방문하는데 자전거·자동차협회인 RAI가 75% 지분을, 암스테르담시가 나머지 25%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RAI 전시장도 올해 전시회를 거의 열지 못해 총 4800명 직원 중 125명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
작년 이곳에 부임한 직후 KOTRA와 유사한 대만무역진흥기관인 타이트라(TAITRA) 네덜란드 지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대화 중에 놀란 건 대만이 네덜란드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 중 하나가 자전거라는 거였다. ‘자이언트(Giant)’,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들이라면 익히 알만한 이 자전거가 네덜란드 시장을 휩쓸고 있어서 자존심도 상하고 안타까웠다.
작년 대만이 네덜란드로 수출한 자전거 수출액이 1억5000만달러로 우리나라가 한해 네덜란드로 수출하는 일반 승용차(전기차 제외)나 의약품 수출규모와 맞먹을 정도이다.
이달 초 서울 킨텍스(KINTEX)에서 수소 모빌리티쇼가 열렸다. 우리 기업이 처음으로 유럽으로 수출한 수소 트럭 외에도 어떤 업체는 수소 자전거도 전시했다고 한다. 수소 모빌리티 하면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드론을 많이 떠올리는데 수소 자전거에도 관심을 모아 중국, 대만에 밀려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있는 우리 자전거 산업도 해외에서 힘차게 재도약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