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지난해 9월 원더홀딩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허민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했다. 시작은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넥슨은 지난 연말 ‘드래곤하운드’, ‘메이플 오딧세이’ 등 개발 프로젝트 5개를 중단했고, 1년여 동안 10여 개의 PC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반기에는 PC와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넥슨의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600여명이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게임업계 최초로 장외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올 상반기 코로나19 정국 동안 잠잠했던 넥슨은 지난달부터 차례로 새로운 소식을 발표했다. 먼저 지난달 넥슨의 핵심 개발 자회사 네오플 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개발실을 제주도 본사에서 서울 역삼 사무소로 전원 이전했다. 넥슨은 올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성공적 출시를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기간이 내년으로 끝나는 것을 고려한 재정 절약 차원으로 해석한다.
이달 초에는 7년간 운영해왔던 서울 강남구 소재 ‘넥슨 아레나’를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곳의 설비 투자, 인력 고용 등 지난해 초까지 운영에 쓰인 예산은 약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원더홀딩스와 함께 새로운 게임개발사 2개를 합작법인(조인트벤처) 형태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설될 합작법인에서 양사의 지분율은 동일하게 50%씩이다. 신규 법인들은 넥슨에서 개발 중인 신작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실과 ‘카트라이더 IP(지식재산권) 개발 조직’이 합류하게 된다. 허민 대표는 전체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업계는 허 대표가 이 모든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 외부 고문으로 영입했을 때부터 김정주 대표가 허 대표의 게임 개발 및 사업 능력보다는 구조조정 경험을 높게 샀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았다. 허 대표는 위메프 공동대표였을 당시 직원 550명 중 150명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넥슨 직원들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어 칼자루를 쥐기 부담이 덜하다는 평도 나온다.
허민 대표가 외부 고문으로 넥슨에 합류한 뒤 꾸준하게 회사 몸집을 슬림화하는 작업을 재매각 추진의 밑그림으로 풀이하는 의견이 상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넥슨이 매물로 나왔을 때 너무 큰 덩치 때문에 인수 후보자들이 꺼렸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허 대표의 합류 이후 진행 중인 이 모든 움직임이 단순 재매각만을 위한 계산적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회사를 개혁하기 위한 체질개선으로 귀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