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재인]“K-방역에서 K-바이오로” 글로벌 레이스 참전한 文

김정현 기자I 2020.04.20 05:00:00

文, 코로나19 방역 주목받으며 ‘K-바이오’ 언급 늘어
바이오는 3대 新산업 중 하나…안 그래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기회로 본 듯…만에 하나 앞서면 ‘대박’
글로벌 업체에 밀리더라도…밑져야 본전 판단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진단키트를 발 빠르게 개발해 K-방역에서 K-바이오로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듯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 우리의 바이오 의약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국무회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국산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조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과감하며 통 크게 지원할 것입니다. (중략) 범정부 지원단은 민간 전문가도 참여한 가운데 관계부처 장·차관급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지난 12일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

-“시장에서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양을 구매해 비축함으로써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에 대해 100% 보상받도록 하겠습니다”(지난 9일 문 대통령,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회의)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중 주목할 것은 ‘K-바이오’입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우리 정부 대처가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자, 이를 바이오 산업 도약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료=NVCA, 한국벤처캐피털협회, 비즈니스리서치
◇‘K-바이오’ 안 그래도 하려고 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우리 정부는 3대 신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산업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었습니다. 글로벌 인구 고령화 추이를 염두에 둘 때, 바이오산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에서입니다. 그런데, 이를 본격화하기에 최근 상황이 적기라는 겁니다.

지난 1월 정부는 전세계적인 인구증가와 고령화를 언급하면서 “바이오산업은 인구·자원·환경 등 글로벌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성장성·고용창충력이 높은 신산업으로, 벤처투자 증가 외에도 정보기술(IT)·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의 진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한국 벤처캐피털 협회에 따르면 한국 바이오 벤처투자 금액은 최근(2018년 기준) 8417억원으로 전년(3788억원) 대비 무려 122% 폭증했습니다. 4년 전(2012년·2928억원)과 비교하면 187% 증가한 수치입니다.

글로벌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벤처캐피털 협회 자료를 보면, 최근(2018년) 미국 바이오 벤처투자 금액은 232억5000만달러(약 28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40%에 달했습니다.

비즈니스 리서치는 앞으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연평균 6% 급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2016년 8조6000억달러 수준에서 2025년 14조4000억달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시장은 1500억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점유율이 2%에 불과합니다.

바이오는 기술개발(R&D)이 시장 성패를 결정하는 기술집약 산업인 만큼 ‘승자독식’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타 산업 대비 클 수 있습니다. 규제 산업 특성상 규제개선을 해줄 수 있고요, R&D나 사업화 지원을 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는 제대로 역량을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바이오산업 국가경쟁력을 미국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카가 평가해보니,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2009년 15위에서 2018년 26위로 급락했습니다.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와중입니다. 이때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 K-바이오 자체가 후광을 얻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정부로서도 전폭 지원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바이오산업 국가경쟁력 추이. (출처=미국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최근 상황은 ‘달 착륙’ 경쟁과 비슷…”

물론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대거 달려들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셀트리온이나,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셀리버리 등 15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정부기관 4곳도 R&D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글로벌 업체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중 개발에 가까이 근접한 기업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된 겁니다.

실제로 렘데시비르가 효과가 입증되고, 가격도 적절한 선에서 형성된다면 국내 업체들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연구는 사그러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혹여나 글로벌 제약업체가 개발에 먼저 성공하거나 코로나19가 지나간 상황이 오더라도, 국내 업체가 백신·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가가 보상해준다는 약속이 있으면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실제 업계에서는 과거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창궐했을 때 백신 개발을 추진했던 업체가 메르스 유행이 지나간 뒤에야 백신 개발이 진척되면서 마무리까지 가지 못 했다는 이야기가 떠돕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개발을 완료해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던 것 같다”며 “개발한 치료제나 백신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양을 다음을 위해서라도 비축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허혜민 키움증권 제약·바이오 선임연구원은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상황은 과거 냉전 시대 누가 먼저 달에 가느냐의 싸움과 비유할 수 있다. 누가 먼저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는지를 두고 각국에서 애쓰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미국이 앞서 있지만, 우리가 만에 하나 앞선다고 하면 상황이 뒤집히는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허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이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가 규제를 유연하게 한다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최근 국가 시스템도 잘 부각되고 있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K-바이오 전체가 각광받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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