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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건 "내 상대 최선희, 관여하라"…北최선희 "적대시 정책 철회부터"

이준기 기자I 2019.11.21 03:54:04

비건, 美상원 인준청문회 출석…체급 높여 비핵화 협상 ''물꼬'' 의지
"비핵화 여전히 믿는다…北, 창 여전히 열려 있으니 기회 잡아야"
최선희 "지금은 흥미 없어…對北 적대시 정책 철회해야 핵 다시 논의"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국무부의 넘버2인 부장관으로 지명된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사진)이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준이 확정될 경우 비핵화 협상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는 차관급인 “최선희 제1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체급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서 부장관으로 격상되면, 북한 측도 이에 상응하는 거물급 인사를 내보내 현 교착국면의 ‘물꼬’를 트자는 의미다. 그동안 수차례의 실무급 협상이 별다른 진전 없이 종료된 것이 재량권 없는 북한 측 카운터파트들과의 의미 없는 ‘만남’ 때문으로 판단, 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지명자가 이날 최 제1부상을 “권한을 부여받은 협상가”로 지칭한 배경이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 제1부상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우리(미국)와의 협상에 관여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현재 비건 지명자의 공식 카운터파트는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다. 그러나 지난달 5일 스톡홀롬 실무협상 이후 양국의 접촉은 교착 국면에 빠졌다. 즉, 김명길 대사가 실질적인 권한이나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 상부의 신임을 받고 있는 최 제1부상을 직접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비건 지명자는 이날 “우리는 아직 권한이 주어진 (북한 측) 협상가와 관여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초 4차 방북(訪北) 직후 최 제1부상(당시 부상)이 비건 지명자의 카운터파트라고 공식 확인했으나 이후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 간 접촉은 불발됐다. 이후 북한은 지난 2월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를 비건 지명자의 새 카운터파트로 내밀었지만, 이후 정상회담이 ‘노 딜’(No deal)로 귀결되자 김명길 대사를 김 전 대표의 후임으로 임명했었다.

다만, 비건 지명자가 인준되고, 최 제1부상이 카운터파트로 임명되더라도, 두 사람 간 ‘협상’이 순조롭게 재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건 지명자는 이 자리에서 북한을 향해 “(외교의)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궁극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건 북한”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 연합공중훈련 재개 조치에 북한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만큼 하루빨리 협상 재개를 촉구한 셈이다. 그는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인사말에서 비건 지명자는 “아직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선택을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보지는 못했으나, 여전히 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반면, 현재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 제1부상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을 미국 측에 넘겼다. 이어 “(현재로선) 정상회담도, 수뇌급(고위급) 회담도 우리에게 흥미 있는 사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한·미 외교가에선 최 제1부상의 러시아행(行)을 두고 미국의 태도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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