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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분양가 상한제 직격탄
정부가 오는 10월 중으로 공포·시행할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금껏 지정된 사례가 없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정을 위한 필수 요건을 기존 ‘직전 3개월 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2배 초과’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완화해 필요시 언제든지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적용 대상도 손질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일반주택사업과 동일하게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로 확대했다.
이번 규제로 한창 철거를 진행중인 둔촌주공아파트를 비롯해 반포주공 1단지, 개포주공 1·4단지 등 서울의 굵직한 정비사업 단지들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애초 관리처분계획에서 세웠던 일반분양가격이 달라지면서 수익성도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현시세보다 20~30%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일반 분양 수입 감소로 정비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재건축 사업성 하락는 곧장 투자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집값 약세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과 재개발이 투자수요 감소로 약세로 돌아설 경우 이를 따르는 일반 아파트들도 나홀로 강세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사업 초기 단계의 정비사업지들은 사업추진 동력이 약해지며 속도 저하와 관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정비사업 조합이 리모델링이나 1대1 재건축을 우회방안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그 대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 교수는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리모델링은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금이 상당하고 수익성도 낮아 선택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며 “애초 1대 1재건축에 가까운 나홀로 아파트 등 소규모 단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약 대기 수요 증가 전세 불안 야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단기간에 서울의 집값을 억누르는데 효과는 있겠지만 한쪽에서는 전세시장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유일한 주택공급 통로인 정비사업이 막히면서 공급은 위축되지만 저렴한 분양가의 신규 분양을 기다리는 청약 대기 수요가 급증하며 전월세난을 가중시키는 까닭이다. 양 소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시 기존보다 대폭 낮아진 분양가는 분양 시장 관심을 증폭시키며 청약 대기 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서울의 주택 공급 문은 이미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여서 수급(수요와 공급)불균형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인하 영향으로 집주인이 전셋값을 더 올려 받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며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고 교수는 “금리가 떨어지면 집주인이 전세를 굴리는 데 매리트가 없어 결국 월세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서울의 전세시장은 더욱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위축에 따라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면 정부는 또 임대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일단 이번에 관련 법령 개정으로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요건은 완화하지만 실제 적용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이르면 10월 초 시행할 예정”이라며 “그 이후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을 열어 어느 지역을 언제 지정할지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함 랩장은 “정비사업 위축이 주택 공급량 장기 감소로 이어진다면 지역 내 희소성이 부각될 준공 5년차 안팎의 새 아파트들은 가격 강보합이 유지되며 선호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지정에 따른 부작용이 큰 만큼 실제 지정은 신중해야 접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