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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여의도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8일 이데일리와 만난 이 위원장은 올해로 만 48살이 된 시범아파트의 노후화된 인프라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짚으며 재건축을 막고 있는 서울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아파트 지하에 6600볼트 전기가 흐르는 고압 변전실이 있고, 바로 그 옆에 50년여된 온수탱크가 있어 화재, 폭발사고 위험이 있다”며 “인천의 붉은 수돗물이 난리지만 여기선 수년 전부터 놋물이 나왔다. 아리수도 이곳에선 사람 망가뜨리는 마귀수”라고 했다.
그는 “1584가구가 사는 이곳에서 연6000건씩 안전보수를 한다. 돈 들여 유지보수를 해도 건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며칠 전 잠원동 (붕괴)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 그땐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시범아파트는 2017년 5월 안전진단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말엔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의 여야 시의원들이 단지 내 안전 위험 현장을 직접 보고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선 ‘여의도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고 예고했을 뿐,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집값 안정이 중요하다는 시 입장에 공감하지만, 우리도 낡은 아파트를 부분적으로 고치면서 사는 데에 한계가 왔다”며 “위험을 걱정하는 우리 입장도 인정해달란 얘기”라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재건축 추진을 ‘투기’로 보는 시선엔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 중 400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재건축을 추진한 2016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 2년 동안 새로 전입한 건 35가구뿐이었다”며 “투기나 투자를 하려고 온 이들이 극히 적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린 선량한 주민일 뿐이고, (재건축 관철을 위해) ‘양심 있는 원조 노블레스’란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여의도 내 수정·한양·광장·미성·공작·대교아파트 등 ‘7개 단지 재건축추진 연합집행부’도 정례적으로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