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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해조류는 바다 속 생태계의 기반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모자반, 대황, 감태 등의 해조류는 영양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천적으로부터 은신하기에도 용이해 해양 생물들에게는 매우 좋은 산란장이 된다. 이 때문에 해조류가 모여 숲처럼 이루어진 바다 숲과 그 주변 해역에는 다양한 어류들이 몰려드는 양질의 어장이 조성되는데, 매년 겨울이면 동해 연안에서 도루묵이 떼를 지어 산란하는 장관을 연출하는 것도 그곳에 풍요로운 바다 숲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해양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해조류가 살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바다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바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에 동해안 연안을 조사한 결과, 전체 암반 면적의 51%에서 바다 사막화가 심각한 상태이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바다 사막화의 진행을 막고, 해양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해조류를 바다에 이식하는 바다 숲 조성사업을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18년까지 2457억원을 투입하여 동·서·남해 및 제주 해역에 바다 숲 149개소를 조성한 결과, 현재까지 여의도 면적의 63배에 이르는 바다 숲(1만8000 헥타르)을 조성했다. 2030년까지 전국 연안 암반 면적의 75%에 해당하는 5만4000 헥타르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2012년에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도모하고자 세계 최초로 바다식목일(5월10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식목일이 육상에서 나무를 심으면서 산림에 대한 사랑을 고취하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라면, 바다식목일은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우리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는 날인 것이다.
올해 바다식목일은 ‘함께 그린 바다, 함께 그린 미래’라는 주제로 전남 완도에서 개최되는데, 전국 12개 권역에서도 바다 숲 가꾸기와 연안 정화 캠페인이 동시에 펼쳐진다. 또한 어린이 그림 대회, 수중사진전을 비롯해 연어 방류행사와 해조류 심기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해양생태계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북유럽에선 ‘플로깅(plogging)’이란 운동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해변을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법으로 일반적인 조깅보다 칼로리 소비도 많고 환경도 동시에 지킬 수 있어 시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바다를 지키는 일 역시 그리 거창하지 않다. 일상생활 속에서 행하는 연안 쓰레기 줍기, 해양폐기물 수거와 같은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바다를 지키는 하나의 큰 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의 작지만 소중한 생활 속 실천들이 모여 깨끗하고 풍요로운 바다라는 푸른 물결로 넘실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