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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행사된 주총 대란]특수 누리는 의결권 대행社, 한 번에 2억원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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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성 기자I 2019.03.05 05:13:00

섀도보팅 폐지 후 인력부족 중소기업
''울며 겨자먹기'' 위탁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섀도 보팅(shadow voting, 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로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곳이 의결권 대행업체들이다. 부족한 인력으로 직접 의결권을 수거할 여력이 없는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대행사에 업무를 위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의결권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은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소액주주 지분율이 높다 보니 3명의 경영지원팀 인력만으로는 주총 개최를 위한 정족수 확보가 불가능했다”라고 털어놨다. 의결권 대행업무를 하는 로코모티브의 이태성 대표는 “지난해보다 문의가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상장사들이) 해보는 데까지 해보다가 결국 한계를 느끼고 견적을 문의하는 기업들이 꽤 있다”라고 전했다.

주총 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많아지자, 의결권 대행업체들은 한시적으로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 채용을 대폭 늘렸다. 주주명부에 적힌 주소지로 소액주주를 일일이 찾아가 의결권 위임장을 권유하는 일을 하려면 상당한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업무이기에 체력 좋은 남성 위주로 뽑는다.

주소지 외에 다른 정보는 없다 보니 허탕을 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대표는 “주주명부를 보고 소액주주를 찾아갈 경우 10곳 중 1~2곳 건지면 성공한 것”이라면서 “증권 계좌 개설 시점의 주소이기 때문에 주소지가 변경된 주주들의 현재 사는 곳을 알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의결권 대행업체들의 수임료는 주총에 상정되는 의안과 소액주주의 규모, 분산도 등에 따라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닥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금 2000만원, 주총 성사시 인센티브 3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의 견적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대행업체가 소액주주가 많다는 이유로 2억원 가량의 비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의결권 대행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의결권 대행’이라고 치면 10여개 회사가 검색되는데, 실적이 전무한 신생 업체들이 여럿 있다. 특히 대행업체들의 경우 주총이 성립되지 않아도 별다른 귀책사유가 없어 상장사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주총 불성립시 의결권 대행업체에게 줬던 계약금을 날리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주주들의 신뢰 하락”이라면서 “힘들더라도 회사 인력을 동원해서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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