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시대...'커먼즈' 운동을 아십니까

공지유 기자I 2019.02.23 00:15:28

대안적 공유 주거 방식 '커먼즈' 운동
시민자체참여 경의선공유지시민단체
'커먼즈' 프로젝트, 도시 주거문제 해결할 수 있을 것

공유경제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차를 사는 대신 ‘쏘카’를 이용해 차량을 공유한다. 택시가 승차난을 해결할 수 없자 ‘타다’, ‘카카오카풀’이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다. 에어비앤비, 스페이스클라우드 등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 또한 등장한 지 오래다. 여러 가지 애로사항은 존재하지만, 변화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커먼즈(Commons)운동 또한 하나의 공유방식이다. 커먼즈 운동은 국가의 개입을 통한 토지의 개발과 사유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저항하는 움직임이다. 시민들은 직접 협력해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고 책임진다. 이는 자원을 사유화해 공유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유럽의 몇몇 곳에서는 이미 커먼즈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벨기에의 겐트시에서는 거주, 음식, 교육 문제와 관련해 시민들의 기획과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Driemasterpark는 겐트시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시민 공공 공원이다. 이 곳에서는 근처 거주자들끼리 공원을 공유하며 관리한다. 다양한 문화서비스도 제공하며 지역문화를 발전시킨다. 시민주도 지역공동체에서는 또한 수도원을 관리하며 문화행사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벨기에 겐트시의 모습


경의선 공유지 또한 ‘커먼즈 운동’과 맞닿아 있다. 경의선 공유지는 경의선숲길에 위치한 시민시장 늘장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건에 반대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대안적 공동체다. 공덕역 1번 출구 경의선 숲길에 위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카풀, 에어비앤비가 기업이 주도하는 ‘자원 공유’서비스라면, 경의선 공유지는 시장 공유의 방식이 아닌,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협력하며 증여하는 ‘커먼즈’ 문화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은 결성 이후 시민들 주도로 많은 활동들을 해왔다. 대안주거와 대안공유지에 대한 토론을 시작으로 먹파티, 플리마켓, 체육대회와 가장 최근에는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아 도시영화제를 상영했다. 자체적으로 계간소식지도 발간하며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생태계에 대해 소개한다.

(사진=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홈페이지 캡쳐)


경의선 공유지는 시민들에게 공간을 대관하기도 한다. 실내 포럼·공연·토론회·영상회 등을 위한 기린캐슬, 야외행사를 위한 경의선 광장, 전시목적의 경의선공유지미술관 모라, 그리고 단체 바베큐파티장도 존재한다. 해당 공간들에서는 악기 레슨, 요가 강습, 명상동호회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26번째 자치구로서 포지셔닝된 경의선공유지는 도시문제로 인해 갈 곳이 없거나 비자발적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에게 다시 설 자리를 마련한다. 그들은 공유지에서 문화생활을 하고,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리잡았다.

이곳에 있는 ‘경의선포차’는 ‘아현포차’로부터 출발했다. 2016년 8월, 아현동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며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아현포차 노점상들이 강제철거됐다. 갈 곳을 잃은 상인들 중 일부는 경의선공유지로 향했다. 그들은 경의선공유지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다시 찾았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헌법 개정으로 도시 자원을 커먼즈로서 주장하는 것에 대해 허용한 적 있다. 이탈리아의 다른 시에서도 볼로냐 조례를 따라 시민들에게 정책제안권을 주고 시와의 협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유지를 인정해 줄 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경의선 공유지 역시 개발논리에 따라 철거의 위협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경의선 공유지는 도시 문제로 비자발적으로 이주하게 된 ‘도시난민’들로 이뤄졌다. 젠트리피케이션, 도시개발 등으로 사회문제들이 심각한 가운데 대안적인 주거 방식이 무엇일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박배균 교수는 자원의 민영화 혹은 사유화로 인한 공동체의 파괴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커먼즈 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이유가 이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라고 말한다. 박배균 교수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 협력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유화된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 관리, 책임지는” 커먼즈 운동이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도시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공동체 파괴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동체주택과 도시텃밭 등의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공간을 공유하며 관리하고 책임지는 경의선 공유지가 지향하는 커먼즈 운동은 공동체 파괴에 대한 대안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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