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올해 출판계는 그야말로 ‘에세이 전성시대’였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에세이집 출간은 총 2672종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은 종수를 기록했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에 오른 문학도서 26종 가운데 에세이가 13종으로 절반을 차지하며 대세임을 증명했다.
곰돌이 푸가 전하는 행복의 말을 소개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에세이 열풍을 주도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발표한 2018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올해는 사회 전반에 불었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힐링에세이가 30·40대 여성 독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에세이 ‘웃고’ 소설 ‘울었다’
올해는 전통적으로 늘 주목받았던 소설보다도 에세이가 강세를 보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시·에세이 분야의 판매량은 올해 21.9% 상승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소설 분야는 한국문학의 열풍을 이을 작품의 부재로 되레 2%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처음으로 소설 분야 내 일본소설 비중(31%)이 한국소설(29.9%)을 앞지르는 현상도 빚어졌다.
시·에세이 분야의 주요 구매 연령층은 30대가 30.5%, 20대가 29.6%를 차지해 단행본 구매 평균 연령대보다 훨씬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독서인구의 확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콘텐츠 중심으로 독서시장이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며 “올해 에세이의 인기가 정점을 찍은 만큼 내년에도 열풍을 이어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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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키워드 ‘위로’ ‘공감’
주제로 놓고 볼 때는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는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독식했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비롯해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이 종합 10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도서가 인기를 끈 배경에는 팍팍한 현실이 마주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평균 실업률은 3.9%로 2001년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또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저소득의 소득은 줄고 고소득의 소득은 늘어나는 소득분배 불균형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의 시기에는 ‘가족’을 많이 찾았던 반면 올해는 ‘나’에게 주목한 점이 두드러진 것도 특징. 상처받은 내 마음을 위로하고 단단한 ‘나’의 존재를 찾아가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같은 책이 주목을 받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은 ‘1인 가구’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혼밥’과 ‘혼술’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향후 독서시장에서도 ‘나’를 테마로 한 도서는 꾸준히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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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열풍…밀리언셀러의 탄생
올해만큼 ‘페미니즘’이 주목받은 해도 없다. 그 열풍의 중심에는 ‘82년생 김지영’이 있다. 평범한 전업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이 태어나면서부터 받는 성차별 등의 문제점을 보인 소설로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라섰다.
‘82년생 김지영’을 앞세운 소설 분야에선 한강의 ‘채식주의자’, 정유정의 ‘7년의 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등 스테디셀러의 인기가 이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등 스타작가의 신작이 쏟아진 작년에 비해 올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를 제외하면 대형신작이 적었다. 이는 소설 분야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해외도서 중에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2년 출간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올해 100만 부를 돌파했고, 외국소설 30위 가운데 무려 9종이나 순위에 올리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역주행 신화를 보여줬다. 지난해 2월 출판된 이후 책 추천 SNS페이지와 입소문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 연간 외국소설 분야 1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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