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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은 싫어요" 착한 화장품에 눈 돌리는 소비자

성세희 기자I 2018.08.21 06:00:00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매년 6.3% 급성장
동물 실험 금지에 앞장서는 화장품 브랜드 인기

지난 4월 서울 상암 평화의 공원 댕댕런 현장에 설치된 더바디샵 화장품 동물실험반대 서명운동 부스. (사진=더바디샵)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반려견 한 마리를 기르는 직장인 김미연(가명·32)씨는 최근 채식에 이어 비건(Vegan) 화장품에 관심이 생겼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 실험을 금지하고 동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넣지 않는 화장품을 뜻한다. 김씨는 “동물과 함께 살면서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 착한 화장품에 관심이 생겼다”라며 “조금 더 비싸더라도 동물 실험을 거친 화장품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화장품 성분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친환경과 가치 소비가 두드러지면서 화학 성분을 따지고 동물 실험 등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비건 화장품 시장은 매년 평균 6.3%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9억달러(약 14조4400억원) 규모였던 비건 화장품 시장은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208억달러(약 23조29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주요 화장품 업체도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동물 성분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특히 미네랄이나 식물 추출물을 화장품에 사용하고 있다. 또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업체는 이 사실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THE BODY SHOP)은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고 윤리적인 제품을 만든다는 철학을 내세웠다. 현재 국내에서도 배우 공유와 함께 화장품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또 지난 4월 화장품 실험견과 함께한 마라톤 ‘댕댕런’을 후원하고 국제연합(UN)에 화장품 동물실험금지 청원을 준비했다.

또 다른 영국 브랜드 러쉬(LUSH)도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다. 러쉬가 생산하는 제품은 대부분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았으며 동물 추출 성분도 넣지 않았다. 식물 추출물 등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러쉬는 동물실험 금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지난 6월 판권을 확보한 미국 고급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Hourglass)는 사실 대표적인 비건 화장품이다. 아워글래스는 화장품 전문가 카리사 제인스(Carisa Janes)가 2004년 창립한 브랜드이다. 극도로 절제된 감각과 친환경 성분만을 사용하는 화장품으로 미국부터 유럽과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브랜드는 론칭 3년 만에 세계적인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했다. 그 후 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과 바니스 뉴욕, 노드스트롬 등 세계 각국에서 76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홍콩 유명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에 입점한 아워그래스는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동물 실험을 거친 화장품이나 동물 실험으로 검증된 화장품 원료를 사용하면 과태료를 내도록 화장품법을 일부 개정했다. 또 지난 3월 동물 대체 실험 등을 명시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는 화장품 사업자 등이 제품 실험에 동물 대신 다른 대체실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물 실험의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라며 “동물 실험이 생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존엄성을 해친다는 견해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동물 실험을 배제하는 브랜드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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