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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자살보험·암보험·즉시연금,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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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18.07.26 04: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금융부장] “금융회사중 보험사는 을 중의 을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보험사 한 임원은 보험사의 고충을 털어놨다. 은행에서 대출 연장 전화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담원의 안내를 듣기 위해 수 분을 할애하는 반면 보험사 텔레마케터의 보험 권유 전화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화한 것만으로 화를 내며 상담원에게 욕설까지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일부 TM 직원은 심리치료를 받거나 장기근속을 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사실 잠재 고객들의 욕설보다 보험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보험가입자의 민원이라고 이 임원은 귀뜸했다. 장기 납입해야 하는 보험의 특수성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면 자칫 보험사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보험 가입과정이나 약관의 허점을 이용해 보험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전문 브로커까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의 최대 적은 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자살보험, 암보험,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 등도 민원이 발단이 됐다. 즉시연금의 경우 일괄구제가 현실화할 경우 20여개 보험사가 1조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할 만큼 핵폭탄이다. 보험사로선 ‘민원 재앙’이라고 불릴만하다. 보험업계에서는 “다음엔 뭐가 터질지 몰라 지뢰밭을 걷고 있는 것 같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일각에선 실손보험, 변액보험 등이 될 가능성마저 언급하고 있다. 거의 모든 보험상품이 민원 재앙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지난 2008년 4월 금감원이 나서 보험상품 약관을 짧고 간결하게 만들 것을 요구했던 것도 민원 재앙의 화를 불렀다고 토로한다. 당시 금감원은 보험상품 약관이 복잡하고 길어 소비자의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연금 산출방법서를 약식으로 언급한 일부 보험사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억울하다고 해서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이렇다할만한 목소리도 못 내다보니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 더구나 금융권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한 윤석헌 원장의 발언 직후 금융위원회에서도 기존 중소서민정책관을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하자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보험사들도 일관된 감독정책의 틀에서 소비자를 위한 적극적인 상품개발과 판매를 할 수 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식의 오락가락 정책판단은 보험사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도움이 안된다. 즉시연금의 경우에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판매 독려로 이뤄졌던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해 자가당착에 빠진다면 소비자를 위한 금융서비스는 되레 후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소비자보호 정책 역시 전문 브로커가 개입한 악성 민원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비자 보호가 자칫 또다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보험사와 소비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민원 재앙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일관적이고 균형잡힌 소비자 보호 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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