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현재로선 지하철역에 빗물제거기 추가 설치 계획이 없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대답에 잠시 당황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 26일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겪은 물난리를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가 당장 해결할 대안이 없음을 알게 돼서다.
이날 출근길 지하철 역사는 물바다를 방불케했다. 환경보호를 이유로 서울시와 공사가 우산비닐을 치운 탓에 시민들이 우산을 접고 역사로 들어서면 우산에서 흘러 내린 빗물이 바닥으로 적셨다. 빗물이 흥건한 지하철역 바닥은 미끄러워서 승객들이 조심조심 종종걸음으로 이동했다.
빗물을 흡수하라고 깔아놓은 카펫트는 이미 제역할을 하지 못할 수준으로 푹 젖어 카펫트를 밟을 때마다 물이 튀었다.
평소에도 승객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힘든 출근길 전동차 안은 빗물에 젖은 우산 탓에 여기저기서 “우산 좀 치워주세요” 라는 짜증섞인 항의가 승객들 사이를 오갔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 안전사고는 물론 높아진 불쾌지수로 인한 승객들간의 다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 싶었다.
서울시가 공공기관과 지하철역사에서 제공하던 우산비닐을 없앤 것은 5월1일부터다.
지난 4월 폐비닐 수거 대란 이후 일회용 비닐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당시 서울시는 우산비닐 대신 우산빗물제거기나 빗물 흡수용 카펫트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우산비닐은 모든 지하철역에서 사라졌지만 빗물제거기는 6개 역에만 설치했다.
갑작스럽게 우산비닐을 치운 만큼 장마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무엇이든 대책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더 이상의 빗물제거기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공사 관할 1~8호선 277개 역사에 빗물제거기를 설치할 예산이 올해 책정돼 있지 않다. 또 지하철 입구는 시민들이 빠른 걸음으로 이용하는 공간인데 빗물을 털어서 제거해야하는 빗물제거기 설치가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 평가도 해야한다고 했다.
결국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단 눈에 보이는 우산비닐만 치워버린 것이다.
물론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라면 할 수 있다. 커피숍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을 머그컵으로 바꾼다거나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고 장바구니를 쓰는 것. 과대포장을 간소화하는 것 등 말이다.
하지만 이 내용들도 폐비닐 대책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대책이 없는 우산비닐만 사라졌다. 우산의 빗물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언제든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비오는 날 지하철을 타보면 알 수 있다.
올 장마가 걱정스럽다. 예산이 없다고 손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빗물제거기를 설치할 예산이 없다면 당장 빗물 흡수 카펫트를 추가적으로 더 마련해야 한다. 우산비닐이 없으니 개인용 우산커버를 가지고 다니라고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지하철 사고가 올해는 빗물 때문에 발생할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기우로 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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