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사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은 지난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시민 기본권 정신이나 가치를 헌법에 어떤 형태로든 넣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에 이민국가에 대한 철학이 명시되면 통합법을 새롭게 만들 수 있고, 하위 법안들을 개정·보강할 때 새로운 정책을 적극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통상 외국 국적자가 인구의 7% 수준이면 다문화사회로 규정한다. 한국은 앞으로 5~20년 안에 인구의 10% 수준, 약 500만명까지 이민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젠 이민·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보다 개방적·포용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이민정책이 폐쇄적으로 바뀌는 추세지만, 따라갈 필요는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노동정책 유연성 측면에서 이민자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일본 정부 탓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약 20년 역사의 한국 이민정책은 결혼이민자 중심이다.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과 궤를 같이 해온데다 저출산 정책과도 연계돼 있다. 과거 대만, 일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려면 정책 대상 우선순위를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순으로 재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혼이민자는 15만~20만명에 그치는 반면, 이주노동자는 약 5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이주노동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숙련 노동자를 숙련 노동자로 재교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숙련 노동자에겐 비전문취업(E-9) 비자가 발급된다. 지금도 특정활동(E-7) 비자로 전환할 수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게 문턱을 높여놨다. 그는 “한국에서 제2의 인생 꿈꾸는 이민자가 많아지고 있다. 실험적 검증이라도 해보려면 최소한 가족동반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성실근로자 등에 한해 선별적으로나마 제도를 일부 풀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또 “정부가 고학력 전문인력을 유치하겠다며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데, 유학생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 숙련 노동인력으로 활용하면 된다. 처음부터 미래의 숙련 노동자로 키우겠다는 전제로 선별·육성하면, 충성도와 성실도가 높은 우수 인력 유치가 가능해진다. 정책적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40여개 대학에 이민 관련 전공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대부분 대학원 과정으로, 전문가 양성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민자 통제·관리부터 난민 심사 등까지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향후 500만 이민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가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자격증화 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