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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는 절름발이"..서비스-제조업 경계 허물어 쌍끌이 성장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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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성 기자I 2018.02.07 05:20:00

[초혁신시대, 산업의 미래는]
⑥기득권 벽에 막힌 서비스업
제조업체 치우친 정부 지원
기존업체 반발이 경제 발목
서비스업 규제, 제조업 10배
삼성전자같은 기업 육성해야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상의 회장단 초청 간담회.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박용만 회장 등 전국에서 모인 30여명의 상의 회장단은 문재인정부 들어 불거진 주요 현안들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개진했다. 특히 90분 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규제 개선, 노동 현안 등과 함께 서비스업이 주요 아젠다로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을 위해선 서비스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서비스업의 중요성은 이데일리와 대한상의가 공동 진행했던 ‘2018 국내기업의 경영여건조사’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제조업체 30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4.7%(135곳)가 향후 고용창출· 경제활성화 등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산업분야로 서비스업을 꼽았다. 제조업체들조차도 제조업(127곳·42.1%)보다 서비스업이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서비스업 없는 韓경제..글로벌 경기에 취약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부터 유통업, 금융업, 컨설팅업, 의료업 등이 총망라된 서비스업은 내수를 떠받치는 축이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과 함께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제조업 기반의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 이를 두고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절름발이 경제”라고 표현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불균형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주요 선진국들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 내수 시장을 키우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업은 여전히 숙박, 음식업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머물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수준에 달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70% 중반대다. 비교적 제조업 비중이 높은 일본과 독일도 서비스업 비중이 7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비중은 10여년간 60% 안팎에 머물러 ‘답보 상태’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은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내수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이 해외 개방, 진입장벽 해소 등에 각을 세우면서 서비스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득권 ‘벽’ 넘어야 서비스업 발전

의료, 법률,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우기 위한 역대 정부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도 결국엔 이해관계자의 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8월 민관 합동으로 만든 ‘비전2030’에서 국가장기비전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역설하며 규제 개혁과 서비스업 개방을 추진했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지로 흐지부지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서비스 기업에 금융·세제 혜택을 주고 창업과 해외진출까지 종합 지원하는 내용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을 추진했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에 발목잡혀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서비스발전법 효과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간 0.2~0.5%포인트, 1인당 GDP는 1000달러 가량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와 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의료, 보건, 관광 등 주요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약사법을 개정해 1만 여개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고, 2030년 연 3000만명 규모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관업법, 건축기준법 등도 개정했다. 그 결과, 일본의 GDP내 서비스업 비중이 70%대로 올라섰다.

“규제 혁파하고 R&D 지원 늘려야”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 혁파와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중해 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장은 “서비스업은 내수 활성화의 핵심 키워드인데도, 각종 진입장벽과 칸막이 규제로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서비스업의) 판을 키우려면 규제를 풀어 막혀있는 혈관부터 뚫어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과 관련된 규제 수는 제조업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도 “산업간 혁신이 일어나 신산업이 출현하려면 융합,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비스업 R&D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융 및 세제지원을 늘려 R&D 투자 유인을 제고하고, 서비스업에 적합한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익 본부장도 “R&D 지원, 신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서비스산업 육성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김현수 교수는 “국내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R&D 투자 덕분이었다”면서 “정부가 제조업에 했던 것처럼 서비스업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늘린다면 R&D 투자가 활성화돼 서비스업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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