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빵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형 스튜디오는 웬만한 지상파 라디오 방송국 못지 않은 규모다. 값비싼 마이크와 녹음 장비가 놓여 있다. 스튜디오 창 밖으로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공개방송 때 관객들이 앉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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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팟빵은 여전히 생소하다. 30대 남성 청취자층을 중심으로 앱 다운로드 수가 300만에 달하지만 동영상처럼 주류 서비스라고 부르기는 무리다. 팟빵 자체도 지난해까지 직원 수 15명 정도의 스타트업 규모였다. 지난해 말 받은 투자액 수가 10억원 정도. 손익분기점도 아직은 거리가 있다.
◇오디오 콘텐츠와 함께 팟빵 부상
팟빵의 부상은 음성 콘텐츠 시장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열풍 덕이다. 음악 외 새로운 음성 콘텐츠가 필요하던 차에 인터넷 라디오 격인 팟캐스트가 주목 받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같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을 다시 들으려는 수요까지 몰리면서 팟캐스트 시장 규모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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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2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한 점도 오디오콘텐츠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네이버는 웹과 앱을 통해 ‘오디오클립’을 운영하고 있다. 오디오클립은 전문가 콘텐츠를 지향하지만 형태면에서 팟캐스트 등 오디오 콘텐츠와 다르지 않다.
임재윤 MBC 라디오PD는 한국방송협회가 펴낸 ‘방송문화’ 2017년 봄호에서 “CD산업을 대체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사토크로 저변을 넓히는 중인 팟캐스트가 꾸준히 주목받긴 했지만, 오디오 콘텐츠 전반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처럼 전방위적인 관심을 모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서술했다.
임 PD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 스크린과 시각에 의존해 인간과 소통하는 기기들이 일상적으로 추가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그간 잊고 있었던 오디오 콘텐츠의 매력과 효용을 발견하고 습관화할 기회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팟캐스트에 붙는 광고 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시사 평론가 김용민은 전업 팟캐스터로 활동하면서 지상파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못지 않은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기준 광고 매출 규모만 3000만~4000만원 정도 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팟빵 독과점 불평 있지만...
국내 팟캐스트 시장이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좁은 수준이라는 점은 한계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이라는 팟빵조차도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 상태다. 팟빵 매일 순 방문자 수는 30만명 정도로 유튜브 등 다른 동영상 플랫폼과 비교하면 소규모다.
문제는 좁은 시장에서도 팟빵 플랫폼 독점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팟캐스트 호스팅 시장 대부분을 팟빵이 차지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팟캐스트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는 후발 업체들은 이런 면에서 독과점 우려를 제기했다.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 몽팟의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는 “팟빵이 특정 제휴사나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에만 RSS를 송출한다는 약관을 4월에 추가했다가 이달 들어 삭제했다”며 “정상화돼 좋긴 하지만 팟빵이 팟캐스트 서버를 독점하고 있어 휘둘릴 수 밖에 없고 사업을 접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팟빵은 6월 1일 해당 약관을 삭제했다. 팟빵 관계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몽팟 등 규모가 작은 팟캐스트 업체들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다른 업체들과의 관계 설정은 과제로 남았다. 예컨대 벅스뮤직의 팟캐스트 플랫폼 ‘팟티’를 들 수 있다. 올해초 시작한 팟티는 애플 아이튠즈에 올라간 팟캐스트 주소를 끌어와 올리고 있다. 국내 팟캐스트는 대부분 팟빵 호스팅이다.
네이버가 성장하는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네이버가 올 1월 오디오클립을 출범시킬 때부터 나타난 우려다. 팟빵도 다른 플랫폼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대형 업체들과의 경쟁을 앞으로 맞닥드릴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