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위기관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농식품부는 이번 전염병 확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북 정읍 한우농가에서 신고된 구제역 의심축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양성으로 6일 확진됐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혈청 등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이날 오전 중 나올 예정이다.
지난 5일 충북 보은 젖소농가에서 올해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이틀새 2건이 발생한 것이다.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은 100㎞ 이상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구제역이 산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보은 일대는 축산시설이 밀집된 곳이어서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있다. 발생 농장 반경 500m에는 젖소와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가 11곳 더 있고, 3km 안에 사육 중인 소·돼지는 9800여마리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보은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과거 국내에 잔존해 있다가 재발한 것이 아닌 새로 유입된 바이러스로 추정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입경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추운 날씨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3~6개월 간 사멸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AI와 마찬가지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AI도 다시 발생해 농식품부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일 전북 김제의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달 들어 야생조류 분변과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적이 있지만, 농가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13일 만에 처음이다.
소·돼지·닭·오리 등 먹을거리와 밀접한 가축에 치명적인 전염병인 구제역과 AI가 연쇄 발생하자 농식품부는 극도로 긴장하는 분위기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힌 이번 AI가 종식되기도 전에 구제역까지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농식품부가 신속하게 전국 축산농가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발동한 것도 AI 초동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제역 때문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이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