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입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전세 물건이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등 동남권 부동산 시장에 쏟아지면서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영향이다. 이 때문에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에 있는 아파트 전셋값이 두 달 새 1억원 넘게 떨어졌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수도권 신도시 잇단 입주에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 1억 ‘뚝’
부동산 인포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전국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8만 3153가구(조합원 물량 제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늘었다. 서울·수도권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3만 3583가구로 전년 동기(2만 8869가구)보다 16.3%, 2분기 물량(2만 6929가구)과 비교해 25% 더 많다. 특히 위례신도시와 미사강변도시 등 서울과 딱 붙은 두 신도시에서 총 1만 11가구(임대 2180가구 포함)가 집들이에 나선다.
신도시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전셋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 전용 59㎡짜리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 현재 6억 5000만~7억원으로 2달 새 5000만원 내렸다. 전용 84㎡형도 1억~1억 5000만원 내린 7억~7억 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미사강변도시와 도로 하나를 두고 맞닿은 서울 강동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9년 4월 입주한 강일동 강일리버파크(전용 84~114㎡ 1164가구) 10단지 전용 84㎡형 전세 시세는 3억 3000만원으로 두 달 새 7000만원이나 빠졌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두달 전까지만 해도 이 단지 로열층 전세 물건이 4억을 넘었지만 현재는 저층 물량의 경우 3억에도 전세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전달(75.1%)보다 0.3%포인트 떨어진 74.8%를 기록하며 7년 6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학군·재건축 이주 수요에 다시 뛸 것 VS 상승폭 적거나 더 내릴 수도
전셋값이 속절없이 빠지면서 월셋값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잠실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형 월세는 지난 3월까지 보증금 4억원에 월 120만원을 유지하다 이달 들어 20만원 빠진 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쌓인 매물이 적지 않다. 잠실동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도시에 가면 이곳 월세 보증금으로 전세를 구할 수 있는데 월세가 떨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리엔파크 3단지(전용 59~114㎡ 2293가구) 전용 84㎡형 월세도 보증금 1억원에 월 100만원으로 두 달 새 10만원 가량 내렸다. 바로 인근인 하남 미사지구 아파트 월세가 떨어지자 가격이 일제히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송파구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추석 이후 학군 수요가 맞물리면 전셋값이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2018년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서두르면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금세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간 치솟은 전셋값에 탈서울 행렬이 적지 않은데다 2018년까지 수도권 신도시 내 입주 물량이 70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새 아파트가 또 쏟아지면 전셋값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