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난달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백신 무료접종이 시작됐습니다. 효과, 안전성, 비용 등을 따져 봤을 때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이미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2000년대 후반 백신이 출시된 직후에 국가 필수접종으로 도입이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죠. 2~3회 접종에 30만~40만원이었는데 그만큼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가다실(MSD), 서바릭스(GSK) 등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가다실은 4종류의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서바릭스는 2종류의 HPV를 막아줍니다. 비용은 가다실이 회당 2~3만원 정보 비싸 접종 완료까지 따지면 6~10만원 정도 비쌌습니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가다실이 7대3, 혹은 8대 2 정도로 월등히 높았습니다. 이왕 돈 들이는 거 그 정도는 감수하자, 예방하는 바이러스 종류가 많은 것을 선택하자는 생각들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궁경부암은 발암 원인이 확실합니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 이상에서 HPV가 검출됩니다. 200여 가지 HPV 중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지목받는 녀석들이 HPV 16, 18형입니다. 이 두 녀석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70% 정도 됩니다. HPV 16, 18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두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다실과 서바릭스 모두 HPV 16, 18형을 타겟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가다실은 HPV 6, 11형도 추가로 차단해 줍니다. 이 녀석들은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곤지름이라고 알려진 생식기 사마귀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남자들에게도 가다실이 국가필수접종으로 지정됐습니다. 걸리지 말고, 옮기지도 말라는 의미겠지요.
이왕 공짜가 된 것, 소비자로서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최근 GSK 측은 서바릭스 관련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에 발표된 관련 연구결과들을 종합분석했더니 자궁경부암 병변 전암 단계인 3기(CIN3+) 상피내종양에 있어서 서바릭스의 유효성(93%)이 가다실(43%)보다 높다고 나온 것입니다. CIN1, 2기는 자연적인 면역기능에 의해 자연소멸될 수 있어 CIN3+만큼 자궁경부암과의 관련성이 크지 않습니다. 서바릭스가 유효성이 큰 이유는 항원보강제 때문입니다. 서바릭스는 면역세포인 T쎄포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힘이 가다실보다 더 크다는 게 이들의 해석입니다.
이 둘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HPV는 감염 후 자궁경부암으로 커질 때까지 길게는 2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직접적인 두 백신의 비교연구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자궁경부암만 확실하게 막겠다고 생각하면 서바릭스를,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까지 막겠다면 가다실을 접종하면 됩니다.
또 한가지,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많은 부작용이 보고됐고, 이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모양입니다. 정부가 아이들을 상대로 안전성 임상시험을 비밀리에 진행 중이라는 괴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다른 수많은 백신과 전혀 다른 제조과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 후 몸에 주입해 나중에 실제 독성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우리 몸의 면역력이 이를 기억해 물리치게 하는 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백신을 맞을 때에는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고열, 근육통이 가장 흔히 알려진 백신 부작용입니다. 이런 부작용은 어느 백신이나 마찬가지이지 자궁경부암 백신만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손가락질을 받긴 하지만 안전성도 확인 안 된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시킬 만큼 강심장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