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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일의 반란‥'미국의 사회주의자' 샌더스가 남긴 것

안승찬 기자I 2016.07.13 03:51:17

''힐러리 지지'' 공식 선언하며 마침내 경선 하차
''사회주의자는 무신론자보다 더 어렵다''는 편견 깨고 ''돌풍''
현실정치 벽 넘지 못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공약 관철
오바마 "불평등 이슈 일깨우고 젊은이 참여 이끌어" 평가

441일만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퇴장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미국 진보 정치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퇴장했다. 그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지 441일만이다.

샌더스 의원은 12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州) 포츠머스에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나란히 섰다. 그리곤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녀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고, 나는 그녀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 선거는 미국인의 요청들과 우리가 직면한 매우 중대한 위기의 해법과 관련돼 있다”면서 “최고의 후보가 클린턴 전 장관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의 행보는 그야말로 ‘돌풍’ 자체였다. 무신론자보다 사회주의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더 낮다는 미국에서 그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불렀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 샌더스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고작 6%였다. 그저 ‘클린턴 대세론’의 보조출연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첫 관문이던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 ‘49.8%(클린턴)대 49.6%(샌더스)’라는 결과를 끌어내며 존재감을 알렸고, 이후 곳곳에서 클린턴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의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 젊은이들의 환멸과 분노는 깔때기처럼 샌더스 의원으로 모였다.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나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편에 서겠다는 샌더스에게 미국의 젊은이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다. 엄청난 선거 자금과 기득권을 누리는 클린턴 전 장관을 뛰어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의 핵심 표밭인 흑인 지지를 싹쓸이하자 격차는 더 벌어졌다.

샌더스 의원은 경선에서 퇴장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는 유산을 남겼다.

‘이메일 스캔들’로 휘청이는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을 추종하는 젊은 지지자들의 표가 절실하다. 클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을 적극적으로 껴안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건강보험 개혁, 대학 무상교육 등 샌더스의 대표적인 공약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샌더스측 관계자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애초 내놓았던 샌더스 공약의 80% 정도가 관철됐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대선 후보가 되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위해 자신의 정책을 민주당의 공약으로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이 남긴 유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샌더스 의원이 경제 불평등과 과도한 금권정치 등의 이슈에 조명을 비췄고, 젊은이들을 정치적 과정으로 끌어들였다. 이런 메시지를 끌어안는 것은 11월 대선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민주당과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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