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이번 주(4월11일~15일) 인수합병(M&A) 관련 주요 종목 뉴스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KB금융(105560)의 현대증권(003450) 인수 가격 소식이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의 시가총액의 3배가 넘는 금액에 인수해 고가 매입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12일 현대증권을 1조 2500억906만970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대상은 현대상선 등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 22.56%(자사주 7.06%는 별도)다. KB금융이 현대증권에 제시한 가격은 지난해 말 현대증권의 장부가격 7450억원보다 1.67배 높은 금액이다. 또 지난 2014년 KB금융이 뛰어들었던 농협금융의 우리투자증권 인수 가격 1조700억원(인수 지분 37.85%)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이 현대증권을 너무 높은 가격에 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본입찰 당시 현대증권의 종가가 6870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KB금융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시가총액의 3배가 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증권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해당 지분 인수 가격을 7000억원대로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모두 1조 원을 훌쩍 넘긴 가격을 제시했고 결국 더 높은 가격을 쓴 KB금융이 가져가게 됐다는 것이다. 또 현대증권의 경우 저축은행 자회사 등의 부실처리가 상당 부문 해결됐지만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이 많다는 점도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2전3기 끝에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합병에 성공했지만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며 “증권사 간 합병을 통해 대형 증권사가 등장하고 있지만 해외로 나가지 않는 이상 국내 시장 경쟁만 더 치열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B금융 쪽에서 현대증권을 인수한 게 밑진 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3320억원으로 KB금융(자기자본 6228억원)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3위(3조9548억원) 자리에 오른다.
또 기존 KB투자증권의 약점이었던 투자은행(IB)부문 강화와 함께 현대증권의 95개 점포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복합점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B금융은 현재 은행, 증권 복합점포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상선도 재무 건전성 개선에 숨통을 트게 됐다.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상선이 손에 쥐게 될 현금은 대출상환액 3700억원을 제하고도 약 9000억원에 이른다. 애초 예상했던 1100억원의 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회사를 1조원을 웃도는 가격에 산다는 것은 KB금융 입장에서 무리한 게 아니다”며 “합병을 마무리지을 때까지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