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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 내 손바닥에 있다…종교계 '스마트폰앱' 개발 붐

김용운 기자I 2016.03.14 06:16:00

조계종 ''어르신 마음거울 108'' 등
성찰·자기계발 등 설교 골라 들으며
108배 횟수 기록…수행 점검도
천주교 ''가톨릭굿뉴스'' ''코이'' 등
성가·주보·미사·성경 등 제공
신자 가게 위치확인 서비스도
개신교 순복음·사랑의교회 ...

최근 종교계가 신자의 종교활동은 물론 일반인의 힐링을 돕는 앱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의 경전이나 교리를 담은 신자를 위한 내용 외에도 ‘템플스테이’ 등 일반인의 일상과 연계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이 특징이다(그래픽=이데일리 디자인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하루하루가 모여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됩니다. 날마다 마음을 맑고 밝게 가꾸고 온 마음을 모아 소원을 빌면 마침내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108가지 마음거울을 읽고 실천하면서 마음과 행동을 바르게 가꿔 보세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김운석(41) 씨는 최근 가까운 절에 다니는 어머니에게 스마트폰 앱을 설치해 드리고 오랜만에 ‘효자’ 소리를 들었다. 김씨가 어머니의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은 ‘어르신 마음거울 108’이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에서 개발한 ‘어르신 마음거울 108’은 불교의 수행방법 중 하나인 108배를 일상에서 실천하기 위해 만든 전용 앱이다. 앱을 통해 ‘자아성찰’ ‘자기발전’ ‘가족 관계 유지’ ‘어른으로서의 책무’ 등 여러 주제의 설교를 골라 들으며 108배를 할 수 있다. 또한 108배 횟수를 기록해 하루에 얼마나 수행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종교계 ‘생활밀착형’ 앱으로 디지털 변신

아날로그 정서가 강한 종교계가 신자 혹은 일반인의 일상과 밀접한 스마트폰 앱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스마트폰이 장년층에게도 보편화되면서 경전이나 교리를 소개하는 단계를 넘어 일상생활과 밀착한 앱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가톨릭굿뉴스’ 앱을 통해 가톨릭 성가와 주보, 매일미사, 성경 등을 모아 제공한다. 또 가톨릭이 운영하는 평화방송은 지난해 연말 가톨릭신자 전용 앱인 ‘코이’를 개발했다.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활용해 지역 내 신자가 운영하는 가게의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천주교 신자인 김진현(67·여) 씨는 “교우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기 위해 종종 코이를 이용한다”며 “아무래도 같은 신자가 운영하는 가게를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2012년 4월에 자체 개발한 앱을 통해 신도에게 편의를 제공해오고 있다. 앱 하나만 있으면 성경을 찾아볼 수 있고 실시간 생방송 예배를 비롯해 다국어 설교와 헌금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특히 집이 멀어 새벽예배나 수요예배에 참여하기 어려운 신자를 대상으로 한 영상예배를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도 앱을 통해 실시간 예배를 중계하고 설교 VOD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굳이 일요일이 아니어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평일에도 설교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QT(Quiet Time)로 불리는 성경 묵상을 위한 스마트폰앱은 일상에서도 즐겨 쓰는 앱으로 꼽힌다. 개신교 신자인 이정숙(50·여) 씨는 “예전에는 교회 관련 스마트폰 앱이라면 성경읽기 등 단순한 것밖에 없었다”며 “최근 개발한 스마트폰 큐티 앱을 이용하면 아침마다 묵상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활용법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조계종 포교원이 2011년 종단 차원에서 개발한 첫 번째 앱인 ‘헬로 달마 스쿨’과 ‘반야심경’을 출시한 이후 꾸준히 앱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나온 ‘어르신 마음거울 108’의 바탕이 된, 2012년 출시한 ‘어린이 마음거울 108’과 ‘청소년 마음거울 108’은 자녀를 둔 부모에게 생활 속 인성교육 앱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최근 ‘관광코스’로 주목받고 있는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에 관한 앱을 개발해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성경·경전 등 디지털화 완료…일상 관련 앱 수요늘 듯

그간 종교계는 사회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 스마트폰을 활발히 이용해 왔다. 기독교의 성경이나 불교의 경전·기도서 등 상당 부분은 디지털작업을 마친 상태. 앱을 만드는 붐이 일던 초기에는 이를 활용해 성서·경전의 읽기나 쓰기, 듣기 등 종교 본연의 기능을 담은 앱을 출시했다. 이후 스마트폰이 생활 속에 완전히 녹아들면서 신자의 일상과 연계한 앱을 개발하는 데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앱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가령 ‘일운스님의 마음편지’ 앱은 울진 불영사의 일운스님이 청량한 산사에서 맞는 하루의 단상을 짧게 적은 글을 매일 업데이트해 일반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종교 관련 앱도 달라지고 있다”며 “굳이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앱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톨릭 전용 앱인 코이 관계자는 “성서나 성가 앱 외에 신자들의 종교 관련 앱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며 “신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계속적으로 앱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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