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정보통신기술(ICT) 열풍과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제조업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제조업 변화의 가장 큰 흐름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제품 전시회로 알려진 CES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스마트 폰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압도해왔다. 그러나 올해 열린 ‘CES 2016’ 전시회의 최대 관심은 단연 정보기술(IT)와 자동차의 만남이었다. 자율주행 자동차, 전기차 등이 본격 등장하면서 자동차 회사와 IT 기업 간 주도권 경쟁과 전략적 제휴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1·2차 산업혁명 때도 물론 기술이 변화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는 기술 진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이뤄져 후발 기업이 빠르게 추격을 해도 어느새 기술은 대이동을 한 다음이다. 그런데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선두기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빠르고 과감하게 혁신을 지속해가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추격자 신세를 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잘 나가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공동 창업자들이 지난해 갑자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주요 사업과 일상적 경영업무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새로운 사업발굴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을 세운 지 17년 만에 세계 최대·최고 회사로 키웠건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정보 매체 블룸버그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세계 400대 부자 목록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65%인 259명이 창업해서 부(富)를 일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명단에 포함된 중국인 29명 중 28명이, 일본인은 포함된 5명 전원이 창업한 기업가였지만 한국인은 우리가 다 아는 기업총수 5명이 포함됐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부친이 일궈놓은 부를 대물려 받은 2세, 3세들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경제패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부(富)가 고착화됐고 창업생태계가 부를 축적할 정도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갖지 못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리 기업들은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데 매진하였고 나름 경쟁력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소비자 스스로 필요한 지 조차 모르던 것을 신기술로 무장한 혁신 제품이 소비 수요를 일깨워주는 시대다.
발명가이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속도가 붙으며 2043년경(일부에서는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2030년경으로 예측함)에는 기술 발전이 특이점을 통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y singularity)은 기술진보 속도가 인간역량의 발전 속도를 능가하는 지점으로 기술변화의 속도가 가속화해 인간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기점을 뜻한다.
무인자동차가 완벽하게 도로를 주행하고 컴퓨터가 체스 대회에서 인간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며 로봇이 통역과 번역은 물론 신문 기사까지 작성하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천지개벽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 학교, 정부, 국회는 온통 구호뿐인 개혁과 혁신을 공허하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