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철강·건설’의 수직계열화 전략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만으로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주력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서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0년 이후 5조4934억원을 투입해 3개 회사를 인수했다.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현대건설(4조9600억원)과 현대라이프(2391억원)를 사들였고 올해 3월에는 동부특수강(2943억원)을 계열사로 품었다.
1998년 12월 진행된 현대차의 기아차 M&A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최고의 M&A사례로 꼽힌다. 기아차는 당시 재계 순위 8위에 달했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과 잘못된 판단에 따른 과잉투자로 자금이 경색되고 빚이 늘어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기아차를 국제입찰했고 현대차와 삼성이 맞붙었지만 결국 인수전은 현대차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를 통해 20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고 국내 독보적인 자동차그룹이 됐다.
이후 현대차는 2004년 한보철강 당진공장 인수에 이어 2006년 INI스틸을 현대제철로 사명을 변경해 출범시켰다. 이러한 결과 현재 현대차그룹은 ‘자동차ㆍ철강ㆍ건설’ 삼각편대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주요 자동차기업 중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ㆍ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시장 예상을 넘은 10조5500억원을 쏟아부어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했고 현대차는 5조원을 추가 투입해 그룹 통합사옥과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자동차관련 테마파크 등이 포함된 글로벌 비지니스센터(GBC)를 조성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M&A는 대부분 완성차 제조에 필요한 수직 계열화를 목표로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강판과 부품관련 계열사의 수직 계열화는 현대차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수직 계열화는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를 심하게 높이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거래처 다양화 등과 함께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대차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카드·캐피탈·라이프 등 금융계열사 재편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현대카드·캐피탈의 2대주주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현대카드 보유지분(43%)와 현대캐피탈 보유지분(43%)을 시장에 내놨다. 현대차는 자동차와 연관된 현대캐피탈 지분만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GE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꿔 말하면 현대카드 지분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현대카드 지분 인수 후보자로는 신세계와 J트러스트, NH농협금융,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 현대라이프 2대 주주인 대만 푸본그룹 등이 꼽힌다. 하지만 경영권이 포함돼 있지 않은 등 인수 매력도가 떨어져 GE가 지분 매각에 애를 먹고 있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수직 계열화 추세를 봤을 때 자동차와 연관이 있는 캐피탈을 남기고 나머지 금융 계열사는 결국 정리하는 그림이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올들어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보유 지분을 확대하면서 경영 승계의 신호탄을 쏜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주식 184만6150주를 샀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은 2.28%다. IB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경영 승계과정으로 해석된다”며 “지배구조 역시 현대모비스의 지주회사 전환 이후 현대차, 기아차가 순차적인 분할을 통해 각 투자부문이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점쳤다.
■용어설명
수직 계열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공급 사슬을 전반적으로 각 분야의 계열사로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