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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조영제만 한우물..공룡제약사들과 어깨

천승현 기자I 2015.09.09 02:55:00

김부근 센트럴메디컬서비스 대표
조영제 보관 용이한 포장으로 100억대 매출
"유방암 진단 조영제 등 차세대 제품 개발"
"상장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R&D 투자"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센트럴메디컬서비스(CMS)는 올해로 설립 10년째를 맞았지만 상당수 제약사들에겐 생소한 업체다. 조영제 분야만 집중하고 있어 다른 제약사들을 영업현장에서 마주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CMS는 전산화단층촬영기(CT) 조영제 분야에서 1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로 지난해 매출 140억원을 올린 알짜 기업이다. 대다수 국내제약사들이 수십 개에서 수백 개 품목의 복제약(제네릭) 제품을 내놓는 백화점식 영업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행보다.

조영제는 CT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같은 방사선 검사 때에 조직이나 혈관을 잘 볼 수 있도록 각 조직의 엑스선 흡수차를 인위적으로 크게 함으로써 영상의 대조도를 크게 해주는 약물이다.

“우리는 조영제가 전부입니다. 공룡 회사들은 조영제가 사업 영역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매일 조영제만 연구하다보니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시킬 수 있었죠.”

김부근 센트럴메디컬서비스 대표
김부근(53) CMS 대표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조영제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다국적제약사 쉐링(현 바이엘에 흡수)에서 15년간 조영제 영업을 담당하다 2006년 회사를 박차고 나가 CMS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쉐링에서 조영제 영업을 하면서 포장만 개선하면 제품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수 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내 손으로 차별화 제품을 만들자고 판단,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CMS를 설립한 이후 ‘보노렉스’라는 조영제 제네릭을 허가받은 데 이어 새로운 포장 개발에 매진했다.

조영제는 빛에 노출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변질되기 쉬워 평소 어두운 곳에 둬야 하는 등 보관에 어려움이 많다. 김 대표는 빛이 투과되지 않는 이중 포장용기를 직접 만드는데 성공했다.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이중 구조로 1차 포장한 후 알루미늄, 폴리에스테르, 폴리프로필렌 등의 소재를 사용한 2차 용기로 재포장하는 방식이다. 빛이 조영제를 투과할 수 없도록 했다. 기존 유리병에 비해 깨질 위험성도 낮아 의료진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원가도 절감됐다. 조영제 이중 용기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지에서도 특허가 등록됐다.

작은 아이디어는 수 십여종의 유사 제품이 난립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됐다. CMS는 설립 5년 만인 2011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200억원 고지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 직원 48명이 1인당 4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고효율 구조다. 아직 공장이 없어 대한약품(023910)에 조영제를 위탁 생산 중이지만 향후 신제품을 개발하면 자체 공장도 확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제네릭에 그치지 않고 ‘유방암 진단용 나노조영제’라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연세대 영상의학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연구 중인 이 제품은 특정 수용체가 발현되는 유방암 조직만을 영상화시켜 유방암 진단을 용이하게 하는 조영제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산업융합 원천기술 개발과제에 선정돼 5년간 47억6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조영제 ‘보노렉스’ 포장
김 대표는 “초음파를 통해 암세포를 발견하는 것은 우주에서 별을 찾아내는 것처럼 어렵다. 유방암 진단용 나노조영제가 개발되면 암 진단이 더욱 빨라지게 된다”며 “향후 이 기술을 유방암 뿐만 아니라 다른 암 영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근 CMS가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김 대표는 상장을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상장을 하게 되면 당장 막대한 금액을 투자받아 돈을 많이 벌 수는 있겠지만 주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연구개발(R&D)에 소홀해질 수 있다. R&D 투자를 늘리며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CMS는 최근 여자야구 지원에 앞장섰다. 매년 전국여자야구대회를 개최하며 수 천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향후 국내 최초의 여자 실업팀 창단을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회사가 이익이 생기면 사회에 환원하는 취지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을 결심했다. 여유가 생기는대로 지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고 했다.

그는 “사업은 단순히 열심히만 해서는 안된다. 죽을 각오로 해야 이기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지금은 작은 제약사지만 R&D 투자를 꾸준히 늘려 수 십년 후에는 한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강한 제약사로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62년 출생으로 명지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한국쉐링 진단제사업부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다. 현재 한국여자야구연맹 부회장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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