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사 실무자들로부터 많이 듣는 얘기다. 복지부가 의약품 수출실적을 포장하는데 급급해 오히려 제약사들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2549억원의 계약 중 ‘박카스’의 캄보디아 수출이 2000억원을 차지하는데 박카스는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이다. 캄보디아에서 ‘레드불’과 경쟁하는 에너지드링크가 국제 의료·제약 행사의 가장 큰 성과로 지목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맺은 계약은 기존에 진행 중인 수출에 대한 재계약일 뿐이다. 이미 캄보디아에서 연간 350억원어치 팔리는 제품에 대한 형식적인 절차라는 얘기다. 2000억원의 수출 규모도 6년간 매년 350억원어치씩 팔린다는 가정에서 산출한 수치다. 박카스의 수출 재계약을 왜 코엑스에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날 복지부는 지난 3년간 신약 연구개발(R&D) 지원으로 기술수출 15건, 10억9820만달러 규모의 성과를 냈다는 보도자료도 냈다. 178억원을 지원한 신약 과제가 50배 이상의 성과로 돌아왔다는 자화자찬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10억9820만달러의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금액이다. 상당수 의약품 수출 규모는 예상 판매금액을 추정해서 산정한다. 수출 계약을 맺었더라도 현지 임상시험부터 허가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로 이어지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넘어야 한다.
의약품 수출 성과를 단순히 수치로 평가하면 안되는 이유다. 제약사들도 최근에는 수출 계약을 맺을 때 가급적 계약 규모 발표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정부가 그동안 제약사들의 영업활동에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연구개발의 성과물인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줬을까. 셀트리온(068270)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국내 가격은 필리핀이나 파키스탄보다 낮다고 한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국민 세금이 투입됐으니 성과도 알리는게 맞다. 하지만 지나친 자화자찬은 불편함만 가져올 뿐이다.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