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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주제는 한반도 오감도"

양승준 기자I 2014.05.20 07:05:00

조민석 한국관 커미셔너
이상의 ''오감도''에서 영감
남북 건축문화 한자리서 전시는 처음
6월 7일부터 이탈리아 베네치아서



조민석 ‘2014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가 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남북 건축문화를 한자리에 전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건축을 통해 남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14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주제는 ‘한반도 오감도’다.”

조민석(47) 커미셔너가 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주제를 두고 “이상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학도였던 이상(1910~1937)은 특유의 공간 감각을 토대로 형식과 내용 면에서 3차원적 사유를 이끈 예술가다. 조 커미셔너는 그의 작품 중 시 ‘오감도’에 주목했다.

오감도는 까마귀가 바라보는 시선의 그림이라는 뜻. 한때 조감도를 식자공이 잘못 인쇄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이상이 의도적으로 새 조(鳥)자에서 한 획을 빼 까마귀 오(烏)자로 쓴 것이란 얘기에 무게가 쏠렸다. 이 내용을 언급하며 조 커미셔너는 “조감도가 보편성과 전체성을 전제로 한다면 이와 대비되는 오감도의 시각으로 분단체제의 건축이 일원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커미셔너가 잡은 화두는 ‘한반도 건축’이다. 남과 북을 아울러 지난 100년간 한반도 전체의 건축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도다. 건축전 총감독인 렘 콜하스가 제시한 국가관 주제는 ‘현대성의 흡수(1914∼2014)’. 이 큰 틀에 맞춰 한국 건축의 근대성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을 모두 살펴야 한다.

조 커미셔너는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초토화된 국토를 어떻게 재건하느냐는 남북 공통의 과제였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한은 자유와 자본주의, 북한은 사회주의 논리로 접근해 건축양식이 판이하게 달랐고,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한국관의 의도”라고 말했다.

남북의 건축문화를 한자리에서 다루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커미셔너는 “기획 과정에서 북한과의 공동 전시를 열고자 노력했지만 무산돼 아쉬웠다”는 후일담도 털어놨다.

전시는 ‘삶의 재건’ ‘모뉴멘트’ ‘경계’ ‘유토피안 투어’ 등의 네 가지 소주제로 나눠 한반도의 건축 양상에 접근한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 자체가 중심이다. 안세권,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스, 크로스 마커 등 사진작가, 미술품 수집가, 화가, 비디오아티스트 등 29개팀이 참여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6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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