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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14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주제는 ‘한반도 오감도’다.”
조민석(47) 커미셔너가 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주제를 두고 “이상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학도였던 이상(1910~1937)은 특유의 공간 감각을 토대로 형식과 내용 면에서 3차원적 사유를 이끈 예술가다. 조 커미셔너는 그의 작품 중 시 ‘오감도’에 주목했다.
오감도는 까마귀가 바라보는 시선의 그림이라는 뜻. 한때 조감도를 식자공이 잘못 인쇄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이상이 의도적으로 새 조(鳥)자에서 한 획을 빼 까마귀 오(烏)자로 쓴 것이란 얘기에 무게가 쏠렸다. 이 내용을 언급하며 조 커미셔너는 “조감도가 보편성과 전체성을 전제로 한다면 이와 대비되는 오감도의 시각으로 분단체제의 건축이 일원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커미셔너가 잡은 화두는 ‘한반도 건축’이다. 남과 북을 아울러 지난 100년간 한반도 전체의 건축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도다. 건축전 총감독인 렘 콜하스가 제시한 국가관 주제는 ‘현대성의 흡수(1914∼2014)’. 이 큰 틀에 맞춰 한국 건축의 근대성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을 모두 살펴야 한다.
조 커미셔너는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초토화된 국토를 어떻게 재건하느냐는 남북 공통의 과제였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한은 자유와 자본주의, 북한은 사회주의 논리로 접근해 건축양식이 판이하게 달랐고,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한국관의 의도”라고 말했다.
남북의 건축문화를 한자리에서 다루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커미셔너는 “기획 과정에서 북한과의 공동 전시를 열고자 노력했지만 무산돼 아쉬웠다”는 후일담도 털어놨다.
전시는 ‘삶의 재건’ ‘모뉴멘트’ ‘경계’ ‘유토피안 투어’ 등의 네 가지 소주제로 나눠 한반도의 건축 양상에 접근한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 자체가 중심이다. 안세권,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스, 크로스 마커 등 사진작가, 미술품 수집가, 화가, 비디오아티스트 등 29개팀이 참여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6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