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외환은행(004940)의 주력 카드상품인 ‘2X카드’를 하나은행에서 교차판매하려던 하나금융의 구상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카드와 IT부문 통합은 물론 교차상품 판매마저 번번이 어긋나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시너지 창출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의 주력 카드상품인 ‘2X카드’를 하나SK카드 버전으로 만든 교차상품인 ‘하나2X카드’를 출시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타격이 예상보다 커 모든 카드상품에 대해 수익성을 다시 분석하고 있다”며 “하나2X카드는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전산개발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2X카드는 ‘6개월이 지나면 기본 혜택이 2배’라는 의미로 오래 쓸수록 다양한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신개념 카드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외환카드의 옛 명성 회복을 기치로 야심 차게 내놓은 이 카드는 스타벅스·커피빈 등에서 50% 할인 혜택이 입소문을 타면서 나온 지 6개월 만에 75만 장을 돌파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하나SK카드는 카드상품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부가서비스가 많은 ‘하나2X카드’를 새롭게 출시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업 카드사는 은행 내 카드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많이 들어 은행의 카드상품 수준의 혜택을 담기 어려운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하나SK의 히트상품인 ‘클럽SK’가 건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동상품을 내놨다가 오히려 부작용만 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외환은행은 물론 하나SK카드도 서로 교차상품 판매엔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하나SK와 외환카드의 인기상품을 교차판매해 계열사 시너지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해 외환은행에서 클럽SK 카드를 판매했다.
하나SK카드의 ‘클럽SK’는 80만장 가까이 팔리며 지난해 신용카드 발급실적 1위에 오른 인기상품이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교차상품으로 판매한 외환클럽SK는 고작 1만 장 남짓 발급되는데 그쳤다. 교차판매 데뷔작이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면서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다 보니 여의치 않은 것 같다”며 “외환은행 직원들의 정서적 반감이 여전해 실질적인 통합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