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 약세장 시작됐나

피용익 기자I 2010.03.31 05:58:12

지난주 국채 입찰 부진 `경종`
연준 저금리 정책으로 거품 발생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미국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 기관은 "애정행각의 끝"이라고 표현했고, 한 스트래티지스트는 "종말의 시작"이라고 말했으며, 한 트레이더는 "채권시장의 본격 약세장이 시작된 것이냐"고 물었다.

다만 한 가지는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고 CNBC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구애가 끝나가고 있는 반면, 주식시장과의 로맨스는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투자자들은 경제 악화에 대한 보호 수단으로 채권을 매입해 왔다. 중국과 일본 등 외국 정부들도 미 국채 매입에 적극 나서며 미국이 경기부양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지난주 실시된 국채 입찰은 부진한 결과를 보여주며 채권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재앙 수준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정부의 자금 조달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마이클 펜토 델타글로벌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평균 7.31%였는데 지금은 3.90% 수준에 불과하다"며 "채권 수익률이 역사적 평균의 절반에 그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경제 위기가 끝났다고 믿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점점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우리는 국채 입찰의 `쓰나미`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빚더미 상태인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국채 발행을 통해 시장에 거품이 형성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재무부는 응찰자를 유인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밥 프롤리치 더하트포드 선임 이사는 "채권시장은 거품이며 이제 터질 때가 됐다"면서 "이것은 종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붕괴는 국채에 국한되지 않는다. 2~3년의 시간 차를 두고 기관채와 회사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저금리 통화정책을 통해 채권시장의 거품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제로(0~0.25%) 수준까지 낮추는 과정에서 채권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그렉 하비브 캘버트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연준은 저금리 정책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구제했지만, 이를 통해 연준은 또 다른 거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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