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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비만도 이제는 기업들의 회계항목(?)

공동락 기자I 2002.06.16 15:37:20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미국의 담배제조업체들이 각종 집단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식료품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요 혐의는 미국민들의 허리를 지나치게 늘려놨다는 것.

최근 몇몇 식료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자신들의 제품을 지나치게 소비하지 말라는 광고답지 않은(?) 광고를 실시하고, 일부 업체들은 학교나 공공기관에 운동기구를 기증하고 자사의 웹사이트에는 건강정보를 보강하고 있다. 또 경우에 따라 성급한 업체들은 담배회사들이 직면했던 집단소송의 사례를 연구하며 소비자들의 법적공방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비만이 하루이틀 논쟁거리가 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식료품업체들을 바짝 긴장하도록 만드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보건성이 발간된 보고서 때문이다. 당시 이 보고서는 미국에서 비만이 급증하고 있으며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0년 30만명에 이르는 미국인들이 비만으로 인한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에서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은 담배로 인한 비율을 곧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어린이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정크푸드의 경우 제품마다 판매세를 부과하거나 칼로리가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게 라벨을 부착하는 방법 등의 구체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집단소송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상당수의 기업들은 지금도 크고 작은 법정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실례로 세계 최대의 햄버거 레스토랑 체인점 맥도널드는 동물성 기름으로 튀겨진 프렌치프라이를 식물성으로 착각하게 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해 힌두교 단체들에 1000달러를 기부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한 바 있다. 또 피자헛도 "채식주의자용 피자"라는 명칭의 피자가 실제로는 소고기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유사한 항의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까지 식료품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의 대부분은 소비자들을 고의로 속이거나 사실의 은폐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향후 이들 업체들에 대한 소송은 과연 해당하는 제품이 비만을 유발하는 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노스웨스턴대학 로스쿨에서 담배에 대한 배상책임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리차드 데이너드는 "담배와 식료품에 대한 소송에는 차이점도 많지만 유사점도 대단히 많다"며 "청소년들을 대상하으로 한 마케팅 광고와 일부 첨가물의 유해성 논란은 담배회사를 상대로한 소송에서 그 의미만 조금 넓힌다면 상당부분 겹치는 문제들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식료품업체들에 대한 소송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경우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담배제조업체 필립모리스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의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현재 미국 최대의 식료품업체인 크래프트푸드의 지분을 84%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담배로 향후 25년에 걸쳐 1000억달러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에서 크래프트푸드의 소송이 겹칠 경우 치명적인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의 법률고문 윌리엄 올레메이어는 "법률적인 문제와 함께 여러 제약조건들을 감안한다면 식료품업체들에 대한 소송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특정한 음식의 섭취와 비만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한다는 것은 흡연과 폐암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관관계의 증명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식료품업체의 입장에서 막연하게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크래프트푸드의 내부업무담당 대표인 마이클 머드는 비만과 자사 제품간의 상관관계 분석에 업무시간의 4분의 1 이상을 할애하고 있으며 동종업계 관계자들이나 보건전문가들과 소송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드는 또 "지난 몇해전부터는 회사의 웹사이트를 이용해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건강을 고려하고 우리 제품을 소비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말했다.

크래프트푸드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비만과 관련한 집단소송과 법적인 공방에 대응하기 전단계인 이미지 개선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청량음료 메이커 코카콜라는 최근 아틀란타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걷는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제공했으며 코카콜라의 라이벌 펩시는 고객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에어로빅센터를 설립중에 있다.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이 항암제 시장을 능가한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비만은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를 넘어 기업들의 문제로 발전했다. 식료품업체들의 회계항목에 "비만방지비용" 혹은 "국민건강부담금"과 같은 계정이 만들어질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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