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폴레, 아시아 1호점 강남 매장 열자 오픈런 유학파 추억 소환 넘어 SNS 인증 맛집 등극 취향 저격 ‘커스터마이징’, 희소성 흥행 열풍 이색 음식서 점심 한 끼로 이동, 대중화 속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이 시대 현대인들의 최대 난제 중 하나다. 365일 쏟아지는 새로운 맛과 먹거리 속에서, 막상 맛보는 것은 익숙한 ‘그 맛’일 때가 많다. 외식 프랜차이즈부터 식품기업, 편의점까지 요즘 새로 나온 신상품이나 화제의 식음료 트렌드를 소개한다. 이른바 지금 바로 맛봐야 할 이 집의 신상 가이드다. <편집자주>
“미국 가는 게 빠르겠다.”
인플루언서 아담 노박이 치폴레 강남점 앞에 늘어선 긴 대기줄에 "미국 가는 게 빠르겠다"라고 적힌 종이박스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its_adam_novak 캡처 이미지)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등장한 이 뼈 때리는 팻말 하나가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주인공은 인스타그램 팔로어 34만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애덤 노박. 미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상륙 희망 1순위’로 꼽히던 전설의 멕시칸 캐주얼 브랜드 ‘치폴레’가 지난 2일 강남에 아시아 첫 매장을 열자마자 벌어진 풍경이다. 영업 시작 전부터 긴 대기줄이 늘어섰고, 3시간을 기다려 겨우 먹었다는 방문객도 있었다. 결국 치폴레 강남점은 당분간 오픈 시간을 기존 10시30분에서 1시간30분 늦춘 낮 12시로 변경했다. 상미당홀딩스 측은 “안정적인 매장 운영과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영업시간을 일부 조정하게 됐다”며 “당분간 매장 운영시간은 정오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대중적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인 만큼 “김밥천국 줄 서서 먹는 격”이라는 농담 섞인 반응이 나오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사정이 다르다. ‘아시아 1호점’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희소성과 미국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인싸들의 성지로 통한다. 부리토부터 볼, 타코에 밥과 콩, 고기, 살사, 치즈 등을 내 마음대로 조합하는 ‘커스터마이징’ 방식은 취향 존중을 외치는 MZ세대를 정확히 저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치폴레의 강남 상륙으로, 국내 외식업계의 시선도 멕시칸 음식으로 향하고 있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에서 시작해 지난 6월 말 기준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중동 등에서 4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에 아시아 최초로 매장을 연 치폴레 강남점에서 직원들이 주문받은 음식을 만들고 있다. (사진=뉴스1).
치폴레의 오픈런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흥행으로만 보기 어렵다. 타코와 부리토로 대표되는 멕시칸 음식 자체가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어서다. 배달의민족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6~31일 멕시칸 음식 주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 증가했다. 멕시칸 음식이 ‘이태원에서 가끔 먹는 이색 음식’에서 점심 메뉴의 한 선택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인기 비결은 역시 치폴레의 주문 방식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어 한 메뉴로도 각자 다른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밥을 줄이고 채소와 고기를 늘리면 가벼운 식사가 되고, 밥과 치즈를 듬뿍 넣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샐러드와 포케, 마라탕 등이 인기를 끌었던 ‘내 마음대로 골라 먹기’의 재미와 닮았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고기와 채소, 콩, 밥 등을 한 번에 담아 먹을 수 있어 혼밥족과 직장인 수요에도 잘 맞는다. 토르티야에 고기와 채소를 싸 먹는 타코 역시 쌈 문화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에게 비교적 친숙하다.
특히 2016년 ‘쉐이크쉑’으로 대한민국에 프리미엄 버거 열풍을 일으켰던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최고비전책임자(CVO)가 1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야심작이다. 허 CVO는 평소 글로벌 외식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며 트렌드를 살펴왔고, 치폴레 측과 협의를 이끌었다. 그는 치폴레의 신선한 식재료를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면서 고객이 취향에 따라 빠르게 한 끼를 구성하는 방식이 국내 소비문화와 맞는다고 판단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치폴레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햄버거와는 다른 멕시칸 음식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서초구 치폴레 강남점에서 시민들이 오픈 전 길게 줄 서 있다. 미국의 멕시칸 외식 프랜차이즈 '치폴레'가 한국에 아시아 첫 매장을 열고 오늘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