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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점검 나섰다 트럭 깔려 숨져…法 "직무사고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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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현 기자I 2025.10.05 09:00:00

인근서 어획물 내리던 트럭 앞바퀴 깔려 심정지 사망
수협중앙회 "망인 도박하고자 방문…직무 사고 아냐"

[이데일리 성가현 수습기자] 인근에서 작업하던 트럭 앞바퀴에 깔려 사망한 갑판장 A씨에 대해 수협중앙회가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어선 갑판장 A씨 유족이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중앙회)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어선 갑판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17일 오전 9시께 자신이 담당하는 선박 근처로 출근했다. 선원 B씨는 바로 옆 선박에서 어획물 등을 내리기 위해 카고 크레인이 장착된 트럭을 운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부하 방지 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 하중을 초과한 그물을 인양하다 트럭이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앞부분이 들리며 오른쪽으로 넘어갔다. 앞바퀴 부근에 서 있던 A씨는 그대로 깔려 오른팔 및 오른쪽 대퇴골 절단, 양발목 골절, 과다출혈로 그 자리에서 심정지 사망했다.

트럭을 몰던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해당 트럭 소유주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A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지난 2022년 2월 수협중앙회를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수협중앙회는 지난 2024년 1월 해당 사건 사고가 직무상 사고인지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협중앙회는 A씨가 평소 도박을 즐겼고, 사건 발생 당일에도 선착장 인근 마트에서 도박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우연히 선박 근처에 있었던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사고가 직무와 연관돼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선주의 지시를 받고 근무 장소로 출근했다가 사건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사고가 직무상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건 사고 발생 당일에는 풍량예비특보가 발효된 상태였는데, 기상 악화 시에 정박 중인 선박은 계류줄의 장력을 점검하고 무거운 어구와 어획물 등을 아래로 이동해 선체의 무게 중심을 낮추는 등 여러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A씨가 선주의 아들인 조타수와 통화를 한 뒤 선박으로 향했던 점을 비춰보면, 선주와 조타수가 A씨에게 선박 안전 점검을 지시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발생 30분 이후부터 선주와 조타수는 수차례에 걸쳐 A씨와 통화를 시도했는데, 이는 선박 점검 등을 위한 출근을 지시한 사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선주는 업무나 출근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주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있고, 출근을 지시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업무나 출근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선주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A씨는 조업과는 무관한 안전 점검 및 현장 감독 등의 업무를 위해 출근한 것으로 보이고, 선주는 보험가입자 의견서의 ‘출항이 없는 날 출근 여부’ 항목에 ‘출근함’이라고 기재하거나 법정에서도 ‘망인은 갑판장이기 때문에 혼자 가끔 출근한다’라고 진술해 A씨가 다른 이유로 출근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도박을 위해 선박을 들렀다는 수협중앙회의 주장에 대해선 재판부는 이는 수협중앙회가 사고 경위를 조사할 당시 선주가 한 진술에 근거했는데, 이는 선주의 추정에 불과하고 구체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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