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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끓는 지구, AI와 슈퍼컴으로 기상예측 정확도 높인다

윤정훈 기자I 2025.03.06 03:40:39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에 대응
기상청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한반도 1km 단위 관측
AI 기반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 ‘알파웨더’
40초만에 6시간뒤 강수 예보
A100 GPU 16장 4년간 학습
엔비디아·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작년 11월 27일 서울 도심이 흰눈으로 뒤덮였다. 이날은 1907년 관측 이래 11월 서울 기준 117년만에 ‘일최심 적설(하루 중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을 기록한 날로, 기상청도 폭설을 예보했지만 이정도까지 ‘눈폭탄’이 쏟아질 것이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평년보다 2~3도 오른 서해(西海)를 폭설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지구 온난화 심화로 겨울 폭설과, 여름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기상 예측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청은 급변하는 기후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정확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차세대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인 ‘알파웨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에서 박훈(좌측 둘째) 단장과 연구원들이 수치모델 개발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슈퍼컴퓨터 활용, 차세대 수치예측모델 개발 ‘박차’

지난 2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산하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을 방문해 한국형 수치모델 개발 현황을 확인했다. 기상청은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종철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장은 “기존에는 3일에서 10일 정도의 중기 예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시간 내 초단기 예보부터 30일 장기 예보까지 예측 범위를 확대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12km 해상도에서 차세대 모델이 개발되면 한반도는 1km, 전지구는 8km 해상도로 더욱 촘촘하게 예측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치예보는 대기흐름을 표현하는 유체역학 방정식을 풀고 날씨현상 물리과정을 알고리즘화해 미래 기상변화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전 지구를 바둑판 형태의 수 억개의 격자점으로 쪼개 계산하기 때문에 방대한 계산량이 요구돼 슈퍼컴퓨터를 사용한다.

하 과장은 “수치예보는 수평으로 약 300만개, 연직으로 91층으로 약 3억개의 점이 만들어지고 그 점 마다 온도, 습도, 바람 등을 다 계산하는 방식”이라며 “한국이 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지만 중국에 있던 대기가 며칠이 지나면 한국에 오고, 그 앞에 있던 대기가 또 이동하기 때문에 전 지구를 먼저 예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치예보모델은 계산량이 방대해 슈퍼컴퓨터 사용이 필수적이다. 현재 기상청은 2020년 도입한 슈퍼컴퓨터 5호기를 운영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세계에서 성능이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를 뜻한다. 기상 슈퍼컴 5호기는 제일 먼저 들어온 초기분 1기(이름 두루)와 나중에 들어온 최종분 2기(마루와 그루)로 구성됐다. 슈퍼컴 5호기는 1초에 약 5경1000조번의 계산을 할 수 있는 51페타플롭스(PF)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형 수치모델(KIM)을 활용한 수치예보 시스템 구조(사진=기상청)
지난 2021년 레노버 SD650 시스템 기반으로 구축한 슈퍼컴 5호기는 당시 구입가는 628억원, 운영비는 연 60억원이다. 56개의 랙으로 이뤄진 슈퍼컴은 5호기는 인텔 아이스 레이크 프로세서 기반으로 총 51PF, 2000테라바이트(TB) 메모리를 지원한다. 전체 랙은 전후처리서버 120대, 로그인서버 12대와 연결돼 있다. 기상청은 차세대기후예측모델 개발 시기에 맞춰 2027년 슈퍼컴퓨터 6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 과장은 “슈퍼컴퓨터 능력이 올라갈수록 프로그램도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정교화된 계산을 할 수 있다”며 “차세대 수치 모델이 기존의 한국형 수치모델(KIM)보다 격자가 더 많아지고 전산량이 많아지는데 슈퍼컴 6호기가 도입되면 시기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준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예측에 강한 ‘AI’...40초만에 6시간후 강수 예측

기존 수치예측모델은 인공위성 등을 통해 관측한 기상데이터를 복잡한 방정식에 대입해 에측하다보니 정확도는 높지만 시간이 걸린다는게 단점이다. 이에 세계적으로 최근 지구온난화로 극한 기상 변화 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기상관측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 기상청도 국립기상과학원(과학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2021년부터 기상예측 AI 모델 ‘알파웨더’를 개발중이다.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연구과장은 “수치모델은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하는데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3시간 30분이 걸린다”며 “6시간 후를 예측하는 저희 초단기 모델은 4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과학원의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은 2014·2016·2017·2018·2019·2021·2022년까지 총 7년 치 기상레이더 영상과 지상 관측자료를 학습했고, 2020·2023·2024년 레이다 영상은 모델의 성능을 검증하는데 활용된다.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연구과장이 AI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을 시연하고 있다(사진=기상청)
알파웨더는 생성형 AI 기술인 ‘3D-VQGAN’를 활용해 고해상도 강수 데이터를 조각(토큰)으로 나누고 패턴을 분석한다. 이후 MeBT 트랜스포머 모델을 활용해 6시간 이내의 강수 패턴을 예측하고 미래 영상을 제공한다. AI를 활용한 알파웨더는 강수의 복잡한 패턴(비선형성)을 학습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강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온도, 습도, 기압 등으로 습도나 온도가 높다고 무조건 비가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알파웨더의 핵심 목표는 6시간 이내 강수에 대한 초단기 예보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6시간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시간 내에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예보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한국 기상청도 올해 여름부터 AI를 활용한 강수 예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알파웨더 개발이 원활하게 되려면 그래픽저장장치(GPU)가 보다 많이 필요하다.

이 과장은 “과학원이 자체 보유한 GPU가 A100 16장인데 이걸 활용해 4년간 학습에 사용해왔는데 이걸로는 부족했다”며 “작년에는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단을 통해서 H100 16장, A100 18장을 무상 임차해서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올해는 기상청의 지원으로 H100과 A100을 적절히 섞어 작년보다 좀 더 많은 임차 장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2026년까지 25km짜리 전지구 모델을 만들고, 수치모델링센터에서 개발한 데이터를 가지고 다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만 최적 학습을 이제 파인튜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AI를 활용한 예보모델 시장은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화웨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스톰캐스트는 3km 해상도로 시간 단위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구글딥마인드 ‘그래프캐스트’는 10일간 고정밀 날씨 예보를 1분만에 생성한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은 주로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을 진행해 동아시아 날씨 예보에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과학원은 알파웨더를 더욱 고도화하여 2027년까지 동아시아 지역에 최적화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과학원은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로 지정됐으며 향후 5년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AI 학습에 필요한 GPU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알파웨더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으나, 특화연구소로 지정된 만큼 민간, 학계, 해외 기관들과 협력해 AI 기반의 한국형 기상예보 기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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