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지난주 초당적인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중국에 뒤진 미국 조선업 부흥이 목적이다.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겐 다시없는 기회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양국 간 협력을 요청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능동적인 선제 대응이 절실하다.
미국은 해양 패권 다툼에서 중국에 밀리는 추세다. 항공모함은 미국이 많지만 전투함 수는 중국에 뒤진다. 상선은 아예 상대가 안 된다. 미국은 존스법에 따라 자국 내 항구를 오가는 배는 반드시 미국에서 만들도록 했다. 그 바람에 조선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었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은 최근 해군이 보유한 수륙양용함 32척 중 상당수가 적기에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작전과 훈련에 투입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공간을 메울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동맹국 한국이다.
기업들은 벌써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과 11월 미 해군 비전투함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두 건을 잇따라 따냈다. 지난 주엔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향후 전투함 MRO 시장에 진출할 때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의 함정정비협약(MSRA) 자격을 취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와 멕시코(관세), 덴마크(그린란드), 파나마(운하) 등을 상대로 무차별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트럼프식 일방 외교는 우방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기보다는 두 나라에 공통이익이 되는 분야를 찾아 선제 대응하는 게 현명하다. 한국 조선업은 미·중 해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다.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장차 우리 조선업체가 미국에 현지 조선소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 국내 사정이 어수선하지만 국익을 극대화하는 노력은 한시도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