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빠른 속도로 경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방산 빅3로 꼽히는 LIG넥스원은 지난주 중동 이라크와 3조 7100억원 규모의 천궁-II 수출 계약을 맺었다. 천궁-II는 중고도·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이라 불린다. 천궁-II는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수출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K방산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200억달러 달성이 유력하다. 수출대상국도 15개국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K방산의 도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폭제가 됐다. 같은 해 한국과 폴란드는 총 124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무기수출 계약을 맺었다. 8월 폴란드 국군의 날 군사퍼레이드에선 K-9 자주포, K-2 전차, 다연장로켓 천무 등 한국산 무기가 대거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루마니아도 독일 제품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7월 결정했다. 미국과 중국 간 군사력 경쟁도 K방산이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미 해군의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는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해 현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정박해 있다. 사상 처음이다. 앞서 지난 6월 한화오션은 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미국은 선박 건조 능력에서 중국에 뒤진다. 그 간격을 조선강국 한국이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K방산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의 방산 강국인 독일도 한국의 시장 잠식에 불만이 크다. 지난달에 나온 ‘유럽연합(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는 무기 자립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게 최대 이슈이지만 언제든 한국산 무기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방산수출국 4강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10위 수준이다. 무기 수출은 기업 혼자 할 수 없다. 정부와 긴밀한 협조 아래 지정학, 국제정세 등 난제를 풀어야 한다. 거래 단위가 큰 만큼 수입국에 대한 금융지원도 필수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뛰어난 기술력이 견제를 무력화하는 핵심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