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시장에서 팔린 전기차는 6만 5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5%나 줄었다. 이 가운데 인기 차종인 미국산 테슬라를 빼면 상반기 판매 대수는 4만 8177대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35.5%나 급감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골이 예상보다 깊다.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2022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간 판매 대수가 2020년 3만 1000대에서 2022년에는 12만 3000대 규모로 불과 2년 만에 4배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1.1%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감소폭이 두 자릿수로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전기차 통계가 시작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54만 3900대다. 정부는 2030년까지 42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부터 작년 한 해 판매량(16만 2000대)의 3.4배에 달하는 55만 대를 매년 추가로 판매해야 한다.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면 국고보조금 복원 등 재정 지원 확대와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400만원이던 전기차 대당 국고 보조금(승용차 기준) 한도를 올해 650만원으로 줄였다. 2016년 기본요금의 100%, 사용량 요금의 50%를 깎아주던 충전요금 특례 할인 혜택도 2022년 6월에 종료했다. 충전기 보급도 지난해 말 현재 30만 5000기로 2030년 보급 목표 123만기를 달성하려면 매년 13만 기씩 늘려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조금 지원보다 충전기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주목된다. KDI가 최근 발간한 ‘친환경차 보급정책 개선 방향’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차량 구입 보조금 2조 6000억원 투입으로 추가 보급된 전기차는 약 6만 6000대에 그쳤다. 반면 3900억원을 투입해 9만 기의 충전기를 설치하면 동일한 수의 전기차를 보급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충전기 인프라 확충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