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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5)씨는 “실제 주위를 보면 동네 장사는 폐업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원두를 납품하는 업체 10곳 중 절반이 올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가 끝나고 올해 사정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는데 연말이 가까워지며 오히려 손님이 확 줄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27년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배모(50)씨도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씨는 “지난달부터 예약이 조금씩 있는데 단체 모임이 줄고 술을 안 마시니까 수익은 오르지 않는다”며 “보통 연말에는 소주가 6~7상자씩 나가야 하는데 어제는 4상자만 나갔다”고 했다.
연말 특수가 사라진 배경에는 나날이 오르는 물가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8%)보다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신선식품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12.7%,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9.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지수는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결국 이 같은 부담이 서민들의 연말 모임이나 회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김모(27)씨는 “밥값도 부담스러우니까 2~3번 만날 걸 1번만 만나는 식으로 모임을 줄이고 있다”며 “엥겔지수를 낮추기 위해 외식과 음식 배달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30)씨도 “물가가 비싸서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회식을 안 하고 있다”며 “여행이나 모임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대출에 기대는 자영업자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도 늘어나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177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4000명 증가했다. 이들의 대출액은 743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700조 6000억원)보다 43조 3000억원이 늘었다.
실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손님이 줄어 영업이 어렵다는 업자들의 하소연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지난달 30일 “가게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없어 사실상 개시를 못했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자영업자는 “대출 부담이 크다”며 개인 회생과 파산을 신청하는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데 일부는 수입이 없어도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 문을 못 닫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금처럼 다중채무자가 늘면 자영업자의 위기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사회복지 차원에서 워크아웃 같은 부채 조정제도나 이자율 감면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