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미생물로 연료·소재 만드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
HD현대오일뱅크, 2030년 100만톤 바이오 생태계 구축
GS칼텍스·LG화학·포스코인터 등도 성장 동력으로 꼽아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제도 마련…정부-기업 협력 필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식물·미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화학제품이나 연료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제품 생산 과정에 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흐름에 발맞출 수 있는 데다 기업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
1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충남 대산 공장 내 연산 13만톤(t) 규모의 바이오 디젤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식물성·동물성 기름을 추출, 경유와 유사한 물질로 가공해 경유를 대체하거나 경유에 혼합해 쓰는 연료다. 이는 폐자원을 재활용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HD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 사업 로드맵 (표=HD현대오일뱅크) |
|
HD현대오일뱅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오는 2030년 100만t에 이르는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 중 하나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5년 이후 연산 50만t 내외의 바이오 항공유 제조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바이오 선박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납사·디젤·항공유를 대상으로 국제 친환경 인증 취득도 추진한다.
이처럼 기존 석유 기반이었던 소재나 연료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GS칼텍스도 최근 화이트 바이오 제품인 ‘1,3-프로판다이올(PDO)’ 자체 생산 기술을 확보해 생산·판매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100% 자회사인 GS바이오는 현재 연산 10만t인 바이오 디젤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이승훈(왼쪽) GS칼텍스 부사장이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ISCC의 글로벌 대행사인 컨트롤유니온 아시아 태평양 총괄책임자 더크 테이허트로부터 ISCC EU 인증서를 받고 있다. (사진=GS칼텍스) |
|
이 밖에 지난달엔 CJ제일제당·LG화학·포스코인터내셔널·SK마이크로웍스·동성케미컬·동원시스템즈·삼양사·토탈에너지스-콜비온 등 국내외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기업들이 참여하는 ‘화이트바이오순환경제기술연구조합’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천대 등 연구기관과 함께 기술을 육성하는 동시에 실증사업을 통해 신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관한 관심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바이오 기반 소재·연료·제품 시장이 확대되리란 관측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화이트 바이오 사업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꾼다는 의미처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선 화이트 바이오의 개념과 범위에 따라 시장 규모를 달리 산정하고 있으나 매년 10% 이상 시장이 성장하리라는 데는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화이트 바이오 분야를 대표하는 바이오 화학 산업 규모를 2020년 6417억달러(854조원)로 보고 2026년까지 연평균 15.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화이트 바이오 기술이 연료·소재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의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초기 시장 창출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를 개선하는데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