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몸짱’되기도 어려워…“득근하려다 월급 다 날릴 판”

황병서 기자I 2023.06.20 06:00:00

단백질 섭취 필수적인데…닭고기, 계란가격 상승
“닭가슴살, 인터넷서 한 달 치 사도 30만원” 한숨
식단 조절, 근육만들기 포기하는 이들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편의점 가서 닭가슴살 사려고 할 때 고민을 엄청나게 하죠. 두 팩만 사서 먹으려고 해도 8000원 넘으니까요.”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프로)
근력 운동을 한 지 4년째인 김모(38)씨는 올해 8월 두 번째 바디프로필을 찍으려 계획 중이다. 김씨는 퇴근 후 헬스장을 찾아 2시간씩 운동을 하는 건 힘들지 않지만, 비싸진 닭가슴살 제품에 식단 관리를 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했다. 그는 “한 끼에 단백질을 200g씩 먹는다고 해도 7000~8000원 드는 게 보통”이라며 “여의치 않아 달걀을 사려고 해도 돈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김씨처럼 근육을 얻는(득근)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득근에 공을 들이는 이들은 대개 기초적인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식품인 닭과 계란 등에 기대 식단 조절을 했다. 하지만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kg당 닭고기 도매가격은 4092원으로 올해 1월 기준 3363원에 비해 729원(21.6%) 올랐다. 도매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매가격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5794원에서 6397원으로 603원(10.4%) 상승했다.

그렇다고 대체품인 계란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계란 1판(30구)의 최고 가격은 7200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최고 가격 6980원과 비교하면 220원(3%) 올랐다.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오른 것은 사룟값 등이 급등하면서 오른 생산비 부담으로 일부 양계 농가 등이 사육 마릿 수를 줄였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으로도 닭과 계란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직장인 강모(36)씨는 최근 닭가슴살 제품 대신 계란 한 판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가장 저렴한 닭가슴살을 1600원 대(100g 기준) 구매하려고 해도, 통상 한 끼에 200g씩 먹는다고 했을 때 하루에 1만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강씨는 “한 달이면 닭가슴살 제품을 사는데 30만원 정도 써야 한다”며 “저축하고 각종 카드 값을 내다보면 남는 게 없어 한 푼이 아쉬워서 결국 계란 한 판씩 사서 먹거나 두부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단백질을 챙겨 먹는 식단 조절을 포기하고 운동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이들도 있다. 부모와 함께 사는 직장인 이모(32)씨는 닭가슴살 먹는 것을 최근 들어서 포기했다. 이씨는 “점심은 원래부터 회사 동료들과 구내식당에서 먹었고, 집에서는 단백질 위주 식단을 챙겼지만 이젠 그냥 집밥을 먹기 시작했다”며 “평소에 먹는 고기 등으로 단백질을 챙기면서 운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황모(35)씨는 “닭가슴살을 한꺼번에 대량구매해도 그닥 싸다는 느낌이 안 든다”며 “몸에서 닭냄새가 날 정도로 먹어야 근육이 잡힌다는데 그렇게 먹으려다간 근육만 있는 거지가 될 것 같다, 근육은 포기해야겠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 사람들 대다수가 긴축 재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 가격이 비싸다고 인지한 상품에 대해선 더는 구매하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계란이나 닭고기는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단백질 식품인 만큼, 정부가 수입을 해오는 방법을 취해서라도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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