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서 서울 강남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0)씨. 매일 아침 출퇴근길 시내버스와 전철을 갈아타지만 앉을 자리는 없다. 야근 후엔 지친 몸을 택시에 싣고 싶어도 이달부터 오른 택시비 생각에 터덜터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부모, 형제와 함께 사는 이씨는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 돈이 모이지 않을까봐 고민이고, 나온다고 해도 월세 부담에 전세 사기도 좀 무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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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삼남매처럼 서울에 직장을 둔 경기도민의 출퇴근길이 더욱 고단해졌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이들에게 지난해 말 광역버스 입석금지에 이은 최근의 서울 택시비 인상은 상당한 타격이 됐다.
인천 부평에서 서대문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4)씨는 8일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신도림역쯤 가면 인파로 비명소리가 난다”며 “지하철 1호선은 타는 순간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퇴근 후 신도림역에서 저녁 약속을 마치고 택시를 불러볼까 했는데 (호출앱에) 4만원 넘게 찍히길래 포기했다”며 “3만원 중반대도 부담이었는데 4만원이 넘어가니 힘들어도 지하철을 탄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 인천 등지에서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150만명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대중교통 현황조사’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평균 대중교통 이동 거리는 23.8㎞로, 서울시민(18.4㎞)보다 하루 5㎞ 이상을 더 이동한다. 지난해 10·29 이태원참사 이후 과밀에 따른 사고 우려로 서울~경기 광역버스의 입석이 금지되면서 출퇴근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게 경기도민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하려 해도 부담이 커졌다.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1일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랐고, 심야 할증(오후 11시~다음날 오전 2시, 최대 40%)에 시외 할증(20%)까지 붙으면 순식간에 지난해 대비 60% 가까이 택시요금이 뛴다.
경기 산본에서 송파 문정동으로 출퇴근하는 박모(37)씨는 “예전에 택시 타면 할증 20% 붙어도 집까지 3만3000원 정도였는데, 이젠 4만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며 “내가 하루 일해서 12만원돈 번다 쳤을 때 택시비로 4만원 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고 했다. 박씨는 “버스 입석금지 후 버스를 늘려준다더니 말뿐인지 1시간 걸리던 출퇴근길이 1시간 반 넘게 걸린다”며 “출퇴근 버스 줄은 너무 길고, 택시는 요금이 무서워서 못 타니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 서울로 이사가 답? 경제적 부담↑
대중교통 대신 자차를 이용해도 주차는 물론, 교통 체증과 기름값 등 부담이 적지 않다. 경기 김포에서 서초로 출퇴근하는 박모(37)씨는 “새벽 6시에 집을 나서도 도착하면 거의 아침 8시가 다 되고, 퇴근도 기본 2시간 걸린다”며 “역 근처 월주차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고, 기름값도 한 달에 40만~50만원이 나가지만 ‘지옥철’로 유명한 김포골드라인을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직장과 가까운 서울로 이사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껑충 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전세의 평균가격은 4억5165만원, 경기도는 2억8590만원이다. 이 기간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월세는 평균적으로 보증금 1억5065만원에 월세 107만4000원이고, 경기도는 보증금 6142만원에 월세 90만6000원이다. 이 때문인지,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22년 서울로 전입한 경기도민보다 서울을 나와 경기도로 이사한 이들이 3만5000명가량 많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경기도의 버스요금이 이번에 동결된 점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경기도 버스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까지 광역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고양시의 직장인 김모(30)씨는 “편도 2800원이라 한 달만 타도 10만원 넘게 나가는데, 버스요금이라도 오르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