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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연금전문가 이구동성 “개혁 해법 정치서 찾아야”

이지현 기자I 2022.12.26 06:07:03

고이즈미 전 총리 역할 높이 평가
韓 연금요율 인상 필요 지적도

[도쿄=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2004년 개혁 가능했던 건 정치적 영향이다.”

일본 연금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연금개혁 해법이 정치에 있다고 봤다. 국민적 합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추진력 있는 정치인의 힘이 무엇보다 주효하다고 본 것이다.

레이코 하야시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 연구소 부소장이 연금개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에서 만난 연구소의 연금 전문가들은 2004년 일본 연금개혁 주도 세력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꼽았다. 레이코 하야시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 부소장은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그분 덕분에 (연금) 혁신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1년 잃어버린 일본의 10년을 끝내겠다는 개혁적 캐치 플레이를 내걸고 총리에 당선됐다. 자신이 자민당 소속임에도 자민당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을 위해 자민당 개혁을 공헌하며 당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연금개혁을 단번에 밀어붙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슈뢰더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추진한 뒤 정권 교체를 겪었다. 하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의 정권은 연금 개혁 이후에도 이어졌다. 코지마 카츠히사 박사도 “(고이즈미 전 총리의 경우) 개혁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며 “파격적인 개혁을 통해 지지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타나베 쿠니아키(오른쪽)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장이 일본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정안정화 목표 보험료율을 2004년의 13.58%에서 매년 0.354%포인트씩 인상해 2017년 18.3%로 올렸다. 이후 보험료율을 이 수준(최고보험료율)에서 고정했다. 일본에서 연금으로 매달 18.3%씩 낼경우 수급자는 얼마를 받게 될까? 사토 이타루 박사는 40년간 셀러리맨으로 일하다 은퇴했다고 가정한다면 후생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해 한 달에 26만엔(한화 251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다만 사례별로 차이가 있어 이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빨라지며 2057년으로 예상되던 적립금 고갈 시점은 더 앞당겨지고 있다. 내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앞두고 개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사토 박사는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요율이 9%라는 점에 주목하며 “보험료율이 낮다. 보험요율을 높이는 것부터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일본은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자동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를 벤치마킹해서 2004년에 인구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를 도입했다. 또 약 100년간의 재정균형 기간을 설정해 안정적으로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사토 박사는 “재정점검을 5년에 한 번씩 하고 있다”며 “정확히 100년이 아니고 95년 후인데, 재정이 그때도 유지될 것으로 데이터가 나온 상태”라고 소개했다.

초고령화와 저출산 상황을 동시에 겪고 있는데 100년 후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까? 레이코 부소장은 “인구 줄어드는 데 반해 일자리는 늘고 있다”며 “고령자, 여성 근로자 등이 일자리로 유입되고 있다. 비정규직에게도 후생연금 적용을 확대하는 등 어떻게든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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