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손모(26)씨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주방 일을 혼자 맡아야 하는 탓에 서빙할 직원이 필요한데 아무리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어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단 호소였다. 손씨는 “지원자가 생겨서 뽑으면 또 손이 느리고 일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고민이 많다”며 “식당을 혼자서 운영할 수도 없고 아르바이트생 구할 때마다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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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접어든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고충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때 배달업, 택배업 등 플랫폼업계로 움직였던 노동인력이 다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힘들다. 특히 식당, 술집, 편의점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인력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구인인원은 130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23만7000명) 늘었다. 이 중 음식 서비스업은 11만5000명을 차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8만1000명보다 29.56% 증가했다. 그러나 채용 미충원인원은 17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7만2000명보다 70.2%로 크게 늘었다. 미충원 사유로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3.7%)’이 가장 많았다.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떠난 젊은층들이 기존 노동시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업무시간 유연성’이 꼽힌다. 배달업 등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고 싶은 시간에만 자유롭게 일하면서 시급도 높아 일반 식당 서빙보다 덜 힘들게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경기도 화성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최근 식당을 정리한 결정적인 이유가 ‘인력난’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주방이모 구하고 오후 알바 구해야 하는데 무서울 정도로 사람이 없다”며 “면접 보러 온다고 하면서 안 오고, 며칠 일하고 나선 안 맞는다고 그만두니 장사가 잘 되는데도 강제로 문닫아야 할 판이 돼서 가게를 넘겼다”고 했다.
코로나19 시절 코인(가상자산)과 주식열풍을 겪었던 젊은 세대들의 ‘한탕’ 기대감도 노동시장 인력난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일 잘하던 직원이 어느 순간 휴대폰만 보더니 갑자기 그만뒀다”며 “나중에 들어보니 코인으로 200만원을 3000만원을 만들어서 ‘왜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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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종의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노동시장 변화의 ‘연착륙’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플랫폼노동은 당장 많은 시급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노동시장에서 전문성을 갖긴 힘들어 대안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자체가 한쪽은 경직적이고, 다른 한쪽은 유연하고 소득도 좋다 보니 양극단에 있다”며 “노동시장의 대이동이 일어나는데 이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노동시장의 인력 불균형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정부 지원금이 많아지면서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도 장사를 유지하고 있어 수요공급 측면에서도 안 맞는다”며 “지금 같은 인력난이 장기화하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자영업자도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