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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에 車업계 인력감축 바람…"노사정, 머리 맞대야"

송승현 기자I 2022.09.13 06:00:02

전기차 패권주의에 비상등 켜진 韓④
美 포드, 전기차 전환 내세우며 최대 8000명 감축 예고
전기차, 내연기관 대비 부품수 65% 수준…국내도 인력감축 불가피
매년 임단협 때마다 고용안정 두고 노사 갈등…"노사정 협력해야"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 등 전동화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돌입하면서 인력 조정이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필요한 부품이 30% 이상 적은 탓에 공정에 필요한 인원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잇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전동화 전환에 대한 진통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동화 전환이 순항하기 위해선 노사정의 협력과 더불어 직무 전환 교육 지원 등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완성차 브랜드 포드는 최근 3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전기차 등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금 마련 때문이다. 포드는 3000여명의 대한 인력 감축을 시작으로 내연 기관 엔진 부문에서 직원을 최대 8000명까지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유럽 완성차업체들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포착된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해 3월 독일 내 6개 공장에서 5000명의 인원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극심해지자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렉스파트너스는 보고서를 통해 푸조·시트로앵그룹, 르노 등의 자동차 브랜드가 있는 프랑스에서 완성차업계 인력이 15~30% 정도 해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력 감축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동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필요한 부품이 65%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 지부가 지난 8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미래 고용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사진=기아 노조)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잇단 전동화 전환 움직임으로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자동차 생산 가운데 전기차 생산 비중이 25%에 달할 경우 완성차 생산직 근로자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2025년 전기차 생산 비중이 15%를 차지할 경우 현대자동차(005380) 1629명, 기아(000270) 1298명의 인원 감축 발생을 예상했다.

완성차업계에서도 인력 감축은 어쩔 수 없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해 완성차와 부품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의 42.5%가 향후 5년간 인력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답했다. 대상은 주로 엔진 부품, 동력전달 등 내연기관 생산직이다. 완성차업계는 당분간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로 인원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노조가 고용안정을 내세우며 정년 연장과 생산 물량 확보를 위한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시행되는 완성차업체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고용 안정 방안을 둘러싼 노사 간 기 싸움이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고용 안정을 위한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 등을 요구했다. 한국지엠은 물량부족으로 올해 말 부평2공장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노조가 공장 재개와 전기차 물량 배정을 요구하며 노사 간 갈등을 키우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전동화 전환에 따른 인력 감축이 노사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노사정이 협력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정년퇴직 등 자연스럽게 주는 인력 위주로 인력 감축을 해 최대한 노사 갈등 없이 전기차 전환에 서로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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